“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6년10개월 만에 ‘정상화 길’

2020.09.03 21:18

대법 전원합의체 판결…원심 파기

노동부 “빠른 시일 내에 처분 취소”

선생님들의 ‘하트’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왼쪽에서 네번째)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소송 전원합의체 선고 공판에서 최종 승소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고 있다. 이날 판결은 2013년 소송이 시작된 지 7년, 상고가 제기된 지 4년 만에 이뤄졌다. 지난 1심과 2심에서는 전교조가 모두 패소했다. 김기남 기자

선생님들의 ‘하트’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왼쪽에서 네번째)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소송 전원합의체 선고 공판에서 최종 승소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고 있다. 이날 판결은 2013년 소송이 시작된 지 7년, 상고가 제기된 지 4년 만에 이뤄졌다. 지난 1심과 2심에서는 전교조가 모두 패소했다. 김기남 기자

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한 것은 위법하다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결했다.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지 약 6년10개월 만에 나온 대법원 결론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일 전교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전교조 패소인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10월24일 노동부는 해직 교원이 조합원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전체 조합원 약 6만명 중 해직 교원은 9명이었다. 전교조는 이 처분에 반발하며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전교조 패소 판결을 했다.

대법원 판단은 1·2심과 달랐다. 대법원은 노동 3권과 같은 헌법상 보장되는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외노조 통보는 국회가 법률 자체에 규율하거나, 시행령에 위임한다고 규정하는 등 법률의 근거가 분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법률로 제한해야 한다는 헌법상 ‘법률유보의 원칙’이다. 특히 법외노조 통보를 받으면 노조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는 등 노조로서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되고, 이는 노동 3권의 실질적 행사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되기 때문에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법외노조 통보가 제도화된 과정을 보면 분명한 법률의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행정관청이 위법사항이 발생한 노조를 해산할 수 있게 하는 ‘노조 해산명령 제도’를 규정한 노조법 조항이 국회의 법 개정으로 폐지됐는데, 정작 정부가 시행령에 법외노조 통보 제도를 규정해 사실상 노조 해산명령 제도를 부활시켰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은 이처럼 위헌·무효인 시행령에 근거해 위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교조 사건을 대리한 적이 있어 이번 사건 심리에서 빠진 김선수 대법관을 제외한 대법관 12명 중 10명이 법외노조 통보처분이 위법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전교조의 법외노조 지위가 당장 바뀌지는 않았다. 향후 진행될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신청을 하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 합법노조가 될 수 있다. 다만 노동부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처분을 취소하는 절차를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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