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했던 ‘우범소년’도 군 간부 될 수 있게 …‘갈매기 조나단’ 박범계호 법무부의 차별 바로잡기

2021.04.01 17:20 입력 2021.04.01 21:31 수정

일러스트/김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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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해병대 부사관 후보생에 지원했던 A씨는 필기·인성·면접평가 등 모든 전형을 통과했지만 마지막 단계인 신원조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어릴 적 ‘소년부 송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년부 송치 경험이 있다는 것은 A씨가 이른 바 ‘비행청소년’이었다는 의미이다. 소년부란 가정법원에 속한 전담 재판부로 비교적 가벼운 범죄나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의 사건을 담당한다. 14세 이상 19세 미만 청소년이 저지른 형사사건 가운데 극히 죄질이 좋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면 상당수 사건은 경찰조사 이후 법원 소년부가 담당한다. 검찰에 넘기는 대신 법원에서 사건을 심리하면서 처벌 대신 일종의 보호처분을 한다. 10세 이상 14세 미만 촉법소년 외에도 19세 미만 청소년 가운데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며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이유 없이 가출하거나 술 마신 뒤 소란을 피우는 등 ‘우범소년’에 해당하는 청소년들도 경찰이나 학교장 등이 법원 소년부로 보낼 수 있다.

소년부 송치 제도는 10대 때의 잘못이 장래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소위 ‘빨간 줄’이 남지 않도록 하는 제도이다. 보호처분을 규정한 소년법 32조6항은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법의 취지에 따라 소년부 송치 경험은 일반 공무원 시험에서도 신원조회 회보(어떤 문제에 관한 물음이나 요구에 대하여 대답으로 보고함)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군 간부 선발의 경우 유일하게 해당 기관이 신원조회로 소년부 송치 전력을 알 수 있다. 군 간부 임용에만 소년부 송치 경험이 사실상 결격사유가 되는 것이다.

A씨는 올해 초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소년부 송치 전력으로 인한) 불이익 처우는 소년법 32조 6항에 반하는 불합리한 차별대우”라며 군 간부 선발과정에 소년부 송치 처분 경력이 회보되지 않도록 형실효법 시행령을 개정할 것을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법무부는 이에 과거 전력으로 취업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형실효법 시행령을 개정한다고 1일 밝혔다. 인권위가 권고한 소년부 송치 전력 외 소년범 기소유예 전력도 군 간부나 공무원 임용 시 신원조회 회보 범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다만 성년이 돼 처분 받은 기소유예 전력은 종전대로 회보 범위에 포함된다.

우범소년 등으로 분류됐던 10대들이 성인이 돼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법무부가 인권위 권고 범위보다 더 폭넓게 조치를 취한 것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역시 우범소년이었던 적이 있다. 박 장관은 2008년 출간한 자서전 <내 인생의 선택>에서 “고교 시절 ‘갈매기 조나단’이란 청소년 폭력서클에 가입해 집단 패싸움을 하다 자퇴했으며, 껄렁껄렁한 동네 선후배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방황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인권옹호기관으로서 불합리한 차별 조치들을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올해 신임 검사 선발 과정에서 정신질환 관련 질문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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