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치료감호 종료심사에 발달장애인 배제 말라' 법원 결정 수용

2021.12.16 15:37 입력 2021.12.16 17:52 수정

16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회의실에서 ‘발달장애인 수용자 치료감호 종료심사 촉구-서울고등법원 조정권고 결정 수용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준헌 기자

16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회의실에서 ‘발달장애인 수용자 치료감호 종료심사 촉구-서울고등법원 조정권고 결정 수용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준헌 기자

법무부가 선고받은 형기를 넘어 3년 가까이 공주 치료감호소(국립법무병원)에 수용된 자폐성 발달장애인과 관련해 ‘발달장애인을 치료감호 종료 심사에서 실질적으로 배제하지 않도록 심사하라’는 법원 권고를 받아들였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가 전날 법원의 조정권고결정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발달장애인 A씨는 법무부를 상대로 ‘발달장애를 고려한 치료감호 종료 심사를 해달라’는 장애인차별행위중지 임시조치를 신청했다. 서울고법 25-3민사부(재판장 백강진)는 지난 7일 A씨의 임시조치 신청에 대해 “법무부가 자폐성 장애인 A씨를 치료감호 종료 심사에서 실질적으로 배제하지 않도록 심사하라”고 조정권고결정을 했다. 주치의가 직접 A씨를 면담해 면담결과보고서와 정신감정서를 작성하게 하고, 치료감호심의위원회가 이를 바탕으로 A씨의 치료감호 종료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감안해 치료감호 종료 어부를 충실히 심사하라는 취지이다. A씨 측과 법무부가 법원 결정을 수용해 법무부의 이행만 남았다.

A씨는 2019년 4월 구속된 뒤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형기를 넘긴 2년8개월째 치료감호소에 수용된 상태다. A씨 측은 두 차례 치료감호 종료 심사를 신청했지만 번번이 기각됐다. 치료감호 제도는 범죄를 저지른 심신장애인이나 약물 등의 중독자, 정신장애인 중에서 재범 위험성과 치료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교정시설 대신 치료감호소에 수용하는 것이다. 치료감호는 수용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최장 15년까지 수용이 가능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조미연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행법상 치료감호는 재범 위험성뿐 아니라 치료 필요성까지 인정될 경우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나 치료감호심의위가 치료가 불가능한 A씨 같은 발달장애인에 대해 치료 필요성을 실질적으로 심사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발달장애는 치료로 개선될 가능성이 희박해 재활과 교육이 더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무부, '치료감호 종료심사에 발달장애인 배제 말라' 법원 결정 수용

이들은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가 수용자들의 치료감호 종료 여부를 부실 심사해왔다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A씨의 두 차례 치료감호 종료 심사 신청에서 (1차 심사를 맡은) 진료심의위원회가 치료감호심의위에 보낸 동태보고서와 진단서는 원론적인 한줄 기재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치료감호심의위는 진료심의위를 통과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병명과 치료 의견만 담긴 동태보고서와 진단서만으로 치료감호 종료 여부를 판단한다. 최대 10명인 치료감호심의위가 매월 하루 동안 수백건을 심사하기 때문에 진료심의위를 통과한 사람 중심으로 심사하게 되는 구조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6년 4월 법무부 장관에게 “치료감호심의위가 물리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건수를 한꺼번에 심사하는 것이어서 충실한 심사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의문이 제기된다”며 개선을 권고했다.

A씨 어머니는 “치료감호소에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별다른 치료 프로그램이 없다. 아들은 하루에 알약을 8개씩 먹으면서 매일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살도 10㎏ 이상 빠졌다. 발달장애는 집안의 사랑과 관심으로 호전될 수 있다. 아들이 사회에 나와 살아갈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최정규 변호사는 “피치료감호자들은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종료 심사를 받는 6개월에 한번씩 희망고문을 당하고 있다”며 “법무부가 법원 결정을 수용했지만 이는 A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법무부는 1000여명에 달하는 치료감호 장애인을 배제하는 치료감호 종료 심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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