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도 자리 못잡았는데···합당 민주당 '검수완박' 재시동

2021.12.27 18:01 입력 2021.12.28 10:04 수정

‘6대 중범죄’ 중수청 신설

검찰→공소청 개편 골자

공수처 1년 수사력 논란

법무부·여권서도 신중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양당 통합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양당 통합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합당에 합의하며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과제로 삼았다. 여권이 ‘검찰개혁 시즌2’로 추진하다 신중론에 부딪혀 흐지부지됐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추진에 재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올해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안착되지 않은 데다 검찰개혁 결과물로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극심한 시행착오를 겪는 와중에 충분한 숙의 없이 또 수사기관 신설을 추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6일 합당에 합의하면서 ‘검찰 수사권 폐지’를 포함해 열린민주당이 요구한 7대 과제를 받아들였다. 양당은 구체적 실현 방안과 시기를 추가 논의할 계획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해 말부터 발의한 ‘공소청법안(김용민 의원)’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황운하 의원)’ ‘특별수사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수진 의원)’과 비슷한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도 자리 못잡았는데···합당 민주당 '검수완박' 재시동

이 법안들의 핵심은 중수청이라는 수사기관을 신설해 검찰의 ‘6대 범죄(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수사권을 이관하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 업무만 맡도록 공소청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검찰총장은 고등공소청장이 되고 검사장은 지방공소청장이 된다. 검찰은 사건을 직접 수사하지 못하고 경찰과 중수청에 보완수사만 요청할 수 있다.

중수청 추진 측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여전히 검찰에게 6대 범죄 수사권이 있어 불완전하며, 검찰 수사권을 박탈해 수사·기소를 완전히 분리해야 검찰개혁이 완성된다고 주장한다.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을 별도 운영해야 잘못된 수사에 대한 적절한 통제와 견제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검찰이 퇴직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며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전관예우’ 문제가 상당히 해결된다는 의견도 있다.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7일 “검찰처럼 한 기관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면 오남용할 위험이 굉장히 크다”며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라는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고 수사권은 여러 기관에 나눠 견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검찰 개혁의 산물인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가 제도적으로 안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가 많다. 올해 초 여권 내부에서조차 반대 의견이 있었다. 민주당 의원 출신인 박범계 장관이 수장인 법무부도 지난 8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새로운 제도 시행 이후 국가 전반의 범죄 대응역량 변화 추이를 면밀히 살펴 이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인 정웅석 서경대 법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한 국가는 없다”며 “검찰 수사를 폐지하려면 보완할 제도를 충분히 논의해야 하는데 검찰이 밉다고 권한만 뺏으려 하면 범죄를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6대 범죄 수사권이 중수청으로 이관되면 중대범죄에 대한 국가의 수사 역량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검찰은 권력형 부패범죄나 선거범죄 수사에서 경험과 역량을 쌓았다. 형사·공판부에서 두각을 보이는 검사를 특수부(반부패수사부)나 공안부(공공수사부)로 차출해 ‘특수통’ ‘공안통’ 검사로 양성해왔다. 사건 내용을 잘 아는 수사 검사가 재판까지 직접 참여해 공소유지를 한다.

부패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한 부장검사는 “중대범죄 수사는 경험과 역량이 중요한데 중수청이 수사를 제대로 못해도 검찰이 보완만 요청해야 한다면 수사가 실패할 것”이라며 “여당의 정략적 목적 때문에 범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고발 사주’ 사건을 수사하면서 신설 수사기관의 수사력 부족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수사 경험이 부족한 공수처 검사들은 수사 전문가인 전·현직 검찰 출신 피의자를 상대하며 역부족인 모습을 보였다. 공수처는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구속하는 데 두 차례 실패하며 수사 동력을 잃었다. 수차례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별다른 물증을 확보하지도 못했다. 중수청의 수사 역량이 확보될 때까지 검찰의 검사와 수사관을 중수청에 이관해 수사를 맡기는 방법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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