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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양 저유소 화재’ 강압수사 의혹 제보 변호인 무혐의

2022.01.03 10:46 입력 2022.01.03 16:45 수정

경찰 기소 의견 송치 결정 뒤집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볼 수 없어”

2020년 9월 1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 온 최정규 변호사(왼쪽부터), 디무두 누완, 조영신 변호사. 이상훈 기자

2020년 9월 1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 온 최정규 변호사(왼쪽부터), 디무두 누완, 조영신 변호사. 이상훈 기자

2018년 ‘고양시 저유소 화재’ 당시 경찰이 외국인 피의자를 강압적으로 신문한 영상을 언론에 제보했다는 이유로 송치된 변호인이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남부지검은 경찰이 2020년 9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에 대해 최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영상 녹화 CD는 피의자가 변호사 업무 수행 과정에서 취득한 것이지만 이를 피의자가 고소인의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업무와 관련해 취득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가 검찰에 송치된 사연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변호사는 그 해 10월7일 일어난 경기 고양시 저유소 화재 사건 피의자인 디무두 누완(29)씨를 돕고 있었다. 스리랑카 국적의 디무두 씨는 화재 당일 저유소 1㎞ 거리에서 풍등을 날렸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던 중이었다.

사건 발생 이듬해인 2019년 4월쯤 최 변호사는 디무두씨가 경찰에서 강압적인 수사를 받고 있다며 피의자 신문 녹화 영상을 열람 등사해 KBS에 제보했다. 보도된 영상에는 수사관이 반말과 비속어를 쓰거나 진술을 강요하는 등 인권침해적인 정황이 담겨 있었다.

영상에 등장한 수사관은 최 변호사와 KBS 기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제보자가 영상을 음성변조나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은 채 관련 자료를 언론에 넘겼고, KBS가 해당 영상을 음성변조하지 않은 채 방송해 개인정보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020년 9월2일 최 변호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해당 영상을 보도한 KBS 기자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디무두 누완이 경기 고양시 덕양구 강매동 ‘서울~문산 간 고속도로 건설공사 1-1공구’ 강매터널 공사현장에서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디무두 누완이 경기 고양시 덕양구 강매동 ‘서울~문산 간 고속도로 건설공사 1-1공구’ 강매터널 공사현장에서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경찰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이 잇따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성명에서 “강압수사를 공익제보하는 과정에서 증거를 제공한 행위를 범죄화하겠다는 경찰의 판단은 결국 인권침해 행위를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알리는 경우 처벌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도 “영상 속에 나오는 해당 수사관을 모자이크 처리할지, 음성변조를 할지 여부는 보도하는 언론사가 사안의 공익성 등을 놓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KBS 기자에 대해서는 무혐의 의견을 내면서 변호인만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은 변호사의 제보에 대한 보복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5월20일 경찰이 디무두씨에게 자백을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이주노동자인 피의자의 신상을 언론에 알린 것도 문제 삼았다.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관련 직원을 주의 조치하고 피의자 관련 직무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받고 상고를 포기한 디무두씨는 벌금을 낸 뒤 지난해 6월 고국인 스리랑카로 귀국했다.

▶관련기사:[단독]'강압수사 정황' 영상, 모자이크 없이 언론제보했다고...경찰, 변호인 기소의견 송치

▶관련기사: 풍등을 띄웠고, 저유소가 터졌다…그 쉼표 사이 ‘무수한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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