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에 법률시장 '특수'…최고경영자 방패 되나

2022.02.03 17:45 입력 2022.02.03 18:31 수정

3일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 합동감식 관계자들이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 합동감식 관계자들이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재해 발생 시 최고경영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에 들어가자 그와 관련한 법률시장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경영진의 형사처벌에 특히 민감한 기업체와 이들에게 중대재해 예방과 수사 대응 컨설팅을 제공하려는 로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이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 중대재해법 제정의 취지이지만, 그보다는 중대재해 발생 시 수사 대응 분야에 법률서비스가 편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맞아 특히 대형 로펌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대규모 전담팀을 꾸리는가 하면 팀을 ‘센터’ 혹은 ‘본부’로 확대했다. 김앤장은 태스크포스(TF) 형태였던 대응팀을 ‘중대재해 대응그룹’으로 개편해 100여명 규모로 팀을 꾸렸다. 24시간 종합상황실을 운영한다거나 기업을 대상으로 중대재해법 설명회를 주최하는 로펌도 있다. 한 대형 로펌에 재직 중인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공안사건이 한동안 없어 고전하던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들도 중대재해법 제정 이후 활기를 찾았다”며 “로펌마다 중대재해법 스터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고용노동부 고위직 출신 ‘전관’을 영입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법무법인 율촌은 전 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을 지낸 박영만 변호사를 영입했다. 의료 소송 전문으로 활동하던 박 변호사는 2018년 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노동부 산재국 첫 외부 전문가로 3년 임기를 채운 직후 로펌으로 자리를 옮겼다. 법무법인 세종은 문기섭 전 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을, 광장은 신인재 전 산업안전보건교육원장을 영입했다.

중대재해법 제정 취지와 정반대 방향의 결과가 초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전담팀을 꾸린 로펌 중 일부는 ‘중대재해 사고 수사 대응으로 불기소 처분’ ‘중대재해 공판 무죄 선고’ 등을 성공적인 법률 서비스 제공의 사례로 내세워 광고한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는 3일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경영자의 책임을 최소화하는 기술적인 방법에만 집중하는 방향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중대재해법 제정의 목적은 경영책임자도 책임감을 갖고 ‘안전예방’이란 가치를 위해 노사가 함께 방법을 찾아가라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을 상대로 한 법률시장 내부의 희비도 엇갈린다. 최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공인노무사가 중대재해 사건 수사와 관련해 법률 상담을 하거나 문서를 작성해주는 건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노무사가 임금체불과 관련한 고소·고발 서류를 대신 써주는 것도 현행법에 저촉된다고 했다. 중대재해법에 따라 중대재해가 형사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는데, 이런 사건에서 노무사의 상담 등이 크게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인노무사협회 관계자는 “영세사업장일수록 재해율이 높고 2024년부터는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데, 영세사업장의 법률상담을 주로 맡아온 노무사들이 중대재해법 업무에서 배제되면 중소기업의 산업안전 보건체계를 현장에 안착시키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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