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회사에서 (돈을) 꺼내고 징역 3년 갔다 오면 되지”라고 말했다가 다퉜다는 남욱 변호사 증언이 나왔다. 석방 후 대장동 재판에서 연일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남 변호사가 ‘50억 클럽’ 재판에서도 반년 만에 새로운 증언을 내놓은 것이다. 김씨와 곽 전 의원 측은 검찰 조사를 거치며 달라진 남 변호사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는 28일 곽 전 의원 뇌물 혐의 재판에서 남 변호사를 재차 증인으로 신문했다. 남 변호사는 2018년쯤 서울 서초동 한 식당에서 곽 전 의원, 김씨, 정영학 회계사와 모인 저녁 자리에 대해 증언했다.
“돈 주고 징역 가라는데…” 구치소에서 떠오른 남욱의 새로운 기억
남 변호사는 ‘당시 김씨와 곽 전 의원이 다툰 상황에 대해 추가로 기억난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는데 어떤 부분인가’라는 검찰 측 질문에 “돈 이야기가 나왔을 때 곽 전 의원이 취해서 ‘야 그거 회사에서 꺼내고 그냥 3년 징역 갔다 오면 되지’라는 말을 가볍게 하셨는데 갑자기 김만배 회장이 화를 엄청 내고 거의 막 싸웠다”고 했다.
또 “곽 전 의원이 돈 얘기를 꺼내서 이 사달이 난 걸로 기억한다”며 “김만배씨가 없다고 하니 곽 전 의원이 회사에서 꺼내고 징역을 살라고 하니까 화내고 난리가 났다. 돈 주고 징역가라 하는데 화 안 낼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고 했다.
검찰은 당시 저녁 자리에서 곽 전 의원이 “돈을 많이 벌었으면 나눠야지”라며 자신의 몫을 요구해 김씨와 다툼이 벌어졌다고 보고 있다. 둘 사이 언쟁이 있었다는 것은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의 공통된 진술이나, 곽 전 의원과 김씨 측은 곽 전 의원이 ‘돈 많이 벌었으면 기부 좀 하라’고 훈계하듯 말했다가 다퉜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곽 전 의원이 금전 요구를 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증언을 남 변호사가 한 것이다.
남 변호사는 최근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추가로 받던 중 기억이 새로 떠올랐다고 주장했다. 곽 전 의원 변호인 측이 ‘(지난 5월 법정에선) 술을 많이 마셔 구체적인 기억이 없다고 증언했는데, 시간이 한참 흐른 후 기억이 특별하게 생긴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계속 구치소에 있다보니 ‘징역 갔다오면 되지’ 멘트가 기억이 나서 (최근 검찰) 면담 과정에서 (진술이) 나오게 됐다”고 했다.
곽상도 “저한테 왜 이런 가혹한 재판을”…김만배 측 “검찰 회유·압박에 믿을 수 없는 진술”
곽 전 의원과 김씨 측은 서로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하면서 남 변호사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 변호인 측은 이날 남 변호사를 증인석에 세우기 전부터 검찰과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이 다른 사건을 조사하던 중 남 변호사가 곽 전 의원과 김 씨의 다툼 상황에 대해 증언을 했기 때문에 남 변호사의 증언을 이 재판의 증거로 활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곽 전 의원은 이날 직접 발언권을 얻어 재판부를 향해 “검찰이 새삼스럽게 또 다른 과정에서 조사한 걸로 나온 얘기를 (증거로) 제출한다고 한다”며 “저한테 왜 이렇게 가혹한 재판을 하십니까”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다툼 상황에 대한) 남 변호사 증언은 증거능력이 모두 인정될 수 없다”며 “다수의 사건에서 수사를 받고, 기소된 남 변호사로서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회유와 압박, 답변 유도·암시 등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사실에 대한 기억이 흐려질 수 있을지언정 처음보다 명료해지기 어려운데, 남 변호사가 최근 (구치소 내 자신의 수용거실) 압수수색 후 새로운 사실을 기억했다는 건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절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에서 나온 진술일 가능성이 커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