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특검 거부권’에 주목받는 공수처···‘윤 대통령’ 겨냥할 수 있을까

2024.05.21 17:35 입력 2024.05.21 18:14 수정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왼쪽)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21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각각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들어가고 있다.  문재원 기자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왼쪽)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21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각각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들어가고 있다. 문재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해병대 채모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법(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수처는 최근 해병대와 국방부 관계자들을 연일 소환하는 등 수사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대해선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야당이 계속 특검을 관철하기 위한 군불을 지필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공수처 수사가 수사외압 등 진실을 얼마나 규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수처 수사, 어디까지 왔나

공수처는 이 사건에 관련된 해병대, 경북경찰청, 국방부 소속 인사 다수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9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해병대 1사단을 방문 조사했고, 해병대 수사단으로부터 채 상병 수사기록을 넘겨받았던 경북경찰청 관계자들에 대한 면담도 했다. 지난 1월에는 국방부와 해병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압수물 분석도 모두 마쳤다.

최근에는 피의자로 입건된 주요 인물들에 대한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병대 수사단이 지목한 혐의자를 축소하는 데 개입한 혐의를 받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공수처는 이날 김 사령관과 박 대령을 각각 불러 2차 조사도 했다. 수사외압 의혹을 규명할 첫 단추인 김 사령관이 전했다는 ‘VIP(윤석열 대통령) 격노’ 발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박 대령 측은 김 사령관이 윤 대통령 발언 취지를 전해줬다고 주장하는 반면 김 사령관은 부인하고 있다. 공수처는 실무 책임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윗선’인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도 조사할 전망이다.

‘대통령실 수사’는 아직…윤 대통령 겨냥할까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을 마친 뒤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을 마친 뒤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공수처 수사의 관건은 국방부 고위층 선에서 마무리하느냐, 대통령실까지 겨냥하느냐다. 이미 윤 대통령만 아니라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과 국가안보실 관계자 등 대통령실 관계자 다수가 이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윤 대통령 격노 발언’ 논란 외에도 국방부가 채 상병 사망 수사기록 이첩을 보류하고 이를 회수하는 국면에도 등장한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과 이 비서관 등 대통령실 관계자 다수가 공수처에 고발됐다. 공수처가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실 관련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와 관련 자료 확보가 시급하다. 법조계에서는 수사 외압 의혹의 진원지인 ‘VIP 격노설’을 확인하려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공수처는 아직 이들을 상대로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기소권 없는 공수처, 특검 추진하겠다는 야당…논란 불씨는 여전

채상병 특검 거부권 저지 청년 긴급행동 소속 회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채상병 특검 거부권 저지 청년 긴급행동 소속 회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공수처가 수사를 최종 마무리하더라도 기소권이 없다는 문제가 남는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의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와 기소를 모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 수사를 끝내면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서울중앙지검에 송부해야 한다. 이후 중앙지검이 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 사건의 기소와 공소유지 업무를 맡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와 검찰이 다른 결론을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중앙지검은 공수처가 고발사주 의혹 피고인인 손준성 검사장과 공모관계를 인정해 기소 의견으로 송부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 사건을 불기소 처분해 논란이 빚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수사·기소권이 모두 부여된 채 상병 특검법 추진을 강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이것이다. 기소권을 가진 검찰의 중립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야당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재표결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끝내 부결되더라도 야당은 여소야대로 다음 달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특검법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윤 대통령과 여당은 공수처와 경찰의 수사를 지켜본 뒤에 특검을 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로서 채 상병 사건 수사에 매진하면서도 특검 도입 여부 등 정치권의 움직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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