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저와 같은 나이였을 때, 음식을 남기거나 물건을 살 때, 비행기를 타고 여행 갈 때 불편한 마음을 느꼈었나요? 학교에서 기후위기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줬나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21일 열린 ‘기후소송’ 최종 공개변론에서 어린이 청구인 62명을 대표해 발언대에 오른 한제아(12)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는 2년 전 열 살 때 아기기후소송단 청구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열 살 때 멸종위기 동물을 이미 알고 있었고, 기후변화로 봄과 가을이 줄어드는 걸 알았다”며 “알면 알수록 제 미래가 위험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이 소송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변론은 지난달 열린 1차에 이은 두 번째이자 마지막 공개변론이었다. 기후소송을 청구한 아기·청소년·시민기후소송단 대표 3인이 최후 진술에 나섰다.
청구인 측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2031년 이후 감축 목표치가 없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탄소중립기본법과 시행령에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겠다’고 했으나 그 이후의 감축 목표는 세우지 않았다.
7년 후 현행 감축 목표가 끝나면 성인이 되는 한제아는 “그때까지 지구의 온도는 얼마나 올라갈까”라며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빠진다면, 우리는 꿈꾸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청구인 측 변호사는 “2030년 이후를 살아갈 세대에게 기본권 침해를 발생시킬 것”이라며 “배출 책임도, 의사결정권도 없는 세대에 부담과 피해가 편중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도 1차 변론과 마찬가지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현실성’과 ‘지속가능성’을 두고 공방이 이어졌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나온 박덕영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현재 세대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면 미래 세대는 잔여 탄소예산이 없어지게 돼 더욱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살야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측은 1차 변론 때 강조한 “현실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중요하다”는 설명을 반복했다. 2030년 이후 단계적으로 5년 단위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제조업 비중이 높아 온실가스를 즉각적으로 감축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들었다.
이에 대해 문형배 재판관은 “5년마다 (계획)하게 되면 앞쪽에서 탄소 예산을 다 써버리면 뒤에서 더 쓸 예산 없다면 큰 일이 아닌가”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정부 측 참고인 유연철 전 외교통상부 유엔 기후대사는 “앞으로 2035년부터 2050까지 네 번의 목표 제출 기회가 있다”며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서 접근할 때 장기적이고 긴 호흡을 갖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구인 측은 지구 온도 상승폭을 섭씨 1.5도 이내로 줄일 수 있을 만큼의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구인 측 변호사는 “2030년 이후엔 말 그대로 (감축이) 급정거한다”며 “혹자는 현재 국가 온실가스 목표로도 기본권 보호가 충분히 이뤄지는 것 아닌가라고 하지만, 1.5와 (현재 감축 목표상 지구 온도 상승폭인) 2.9도의 현격한 차이를 안이하게 보는 태도”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 측은 “청구인들의 주장은 모두 감축 계획에만 집중돼 있는데, 여기에는 궁극적 한계가 존재한다”며 “기후 변화 대책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