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우보다 교원지위 회복이 우선”

2010.06.01 03:50

국회 앞 천막농성 999일째 강사 부부 김동애·김영곤씨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맞은편 국민은행 앞. ‘고등교육법 개정’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는 천막 앞에 ‘마박사(마네킹 박사)’가 서 있었다. 풍상을 겪으며 너덜너덜해진 마박사는 ‘대학 내 비정규직’ 시간강사를 상징하는 인형이다.

시간강사 김동애·김영곤씨 부부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천막 안에서 998일째 농성을 하고 있다. | 김문석 기자

시간강사 김동애·김영곤씨 부부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천막 안에서 998일째 농성을 하고 있다. | 김문석 기자

1일이면 3.3㎡(1평) 남짓한 이 천막에서 농성 999일째를 맞는 이들이 있다. 대학교 시간강사인 김동애(63)·김영곤(60)씨 부부다. 농성을 처음 시작한 날은 2007년 9월7일이다. 당시 17대 국회에는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를 회복한다는 내용이 담긴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었다. 김동애씨는 “대선 등을 앞두고 있어 한 달이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천막 곁에서 함께했던 이들이 상당수 떠났지만 이들은 천막을 지키고 있다. 교원지위 회복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동애씨는 “지난 25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선대 시간강사 서모씨에게 만약 교원 지위가 있었다면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원 지위가 없기 때문에 전임교수와 수평적인 관계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4대보험 적용·처우개선 등 돈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원 지위 회복”이라고 입을 모았다. 교원 지위가 먼저이고 처우개선은 교원으로서 개선돼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김영곤씨는 “이 천막이 있다는 것은 교원 지위 회복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와 대학의 모순이 가장 집약된 문제가 ‘시간강사’라는 시각도 분명히 했다. 김동애씨는 “박정희 정권이 1977년 저항적 지식인들을 제도권 밖으로 몰아내기 위해 시간강사들의 교원 지위를 박탈했다”며 “시간강사와 전임교원을 분리시킴으로써 비판적 지식인들이 대학 내로 들어가지 못하거나 들어가더라도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든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천막이 거둬지는 때는 언제일까. 이들은 “결국 기업화된 대학에서 스펙쌓기에 몰두하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대학이라는 곳이 벌거벗은 임금님의 나라라는 걸 알게 될 때”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교원 지위 없는 강사로부터 학점받는 걸 거부하는 운동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계속되는 시간강사의 죽음에 대해 “더 이상 죽지 말자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한두 사람의 죽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한 걸음씩 내디딜 때 비로소 해법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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