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불복종 확산

필진 발표하자마자 자격 시비 휩싸여…성추행 파문에 ‘낙마’

2015.11.06 22:37 입력 2015.11.06 22:51 수정

최몽룡 교수 ‘사퇴’ 전말

역사 국정교과서 상고사 분야 대표필진인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자격시비 논란 끝에 사퇴하면서 국사편찬위원회(국편)의 집필진 선정이 중대 고비에 처했다. 거센 역풍 속에서 김정배 국편 위원장이 알음알음 해온 필진 섭외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갔고, 공개 없이 가려는 국편의 필자 선정 방식도 전면적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6일 최 교수 사퇴는 성추행 파문이 결정적이었지만, 최 교수는 필진 발표 직후부터 여러 가지 자격 논란에 휩싸였다.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6일 서울 여의도 자택 앞에서 기자들에게 국정교과서 대표집필진 사퇴 뜻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6일 서울 여의도 자택 앞에서 기자들에게 국정교과서 대표집필진 사퇴 뜻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최 교수는 제자들의 만류로 국편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기자들이 자택을 찾았을 때는 술 마신 상태에서 여러 논란거리를 쏟아냈다. 그는 “친구인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기자회견에 나가라는 말을 했다”며 청와대 외압설을 일으켰고, “나는 얼굴마담일 뿐 근현대사가 사실상의 대표필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자 성추행 보도에 대해서도 그는 “(술을) 마시고 다 끝났다고 해서, 농담 몇 마디 했는데 부적절한 언행이 된 모양”이라며 “평소에 성격이 그런 것”이라고 밝혀 스스로 기름을 붓기도 했다. 한국여기자협회는 이날 오후 “여기자에게 심각한 성적 수치심을 느끼도록 만든 상황에 깊은 우려와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성명서를 내고 최 교수의 사퇴와 재발방지책을 촉구했다.

정작 학계에서는 최 교수에 대해 교과서 필진으로 부적합하다는 논란이 커져 왔다. 과거 미처 검증되지 않은 발굴 성과를 무리하게 교과서에 게재한 사례가 많아 ‘위험하다’는 지적이었다. 최 교수가 집필에 참여해 2002년 초판이 나온 7차 교육과정 고교 국사교과서를 보면, 24쪽에 강원 고성 문암리에서 나온 덧무늬토기가 사진으로 실렸고, 2006년에 나온 2판에는 강원 춘천 율문리 집터 사진을 실으며 “난방 시설이 그대로 나타난 부엌”이라고 소개했다. 문제는 이들 사례가 발굴보고서도 나오기 전에 교과서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문암리는 2005년, 율문리는 2008년에 각각 발굴 보고서가 나왔다. 한 원로 고고학자는 “발굴성과는 기본적으로 보고서가 나온 뒤에도 지난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면서 “최 교수가 공명심 때문에 자신이 지도위원 등으로 참가한 발굴현장에서 나온 성과를 무리하게 교과서에 넣었다는 비판이 많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난 5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도 “충북 단양 수양개 유적 등 지난 3년간 좋은 발굴들이 많았다”며 새로 나올 국정화 교과서에 내용을 쓰고 싶다는 뜻을 보였다.

최 교수가 몸담았던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학부생·대학원생·연구생은 지난 5일 교내에 ‘최몽룡 선생님께 올리는 글’이라는 대자보를 붙이고 “정부는 역사교육을 획일화시킴으로써 학문적 자유와 다양성의 함양을 저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국정교과서 집필진 참여를 재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결국 여러 논란이 커져가다 성추행 파문으로 중도하차한 셈이다.

국편은 지난 4일 대표필진 2명(최몽룡·신형식)을 공개하며 ‘명망과 업적인 뛰어난 원로’로 한껏 치켜세웠지만, 최 교수의 사퇴로 김 위원장 개인 인연에 기댄 추대 방식과 명망가를 찾는 태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안 그래도 난항에 빠진 집필진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며 집필진 공개는 더욱 꺼리고, 밀실 작업에 대한 불신은 더 커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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