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불복종 확산

고고학 대회, 집필거부 성명·최몽룡 성토…“국정화 안돼”

2015.11.06 22:38 입력 2015.11.06 23:57 수정

최성락 학회장 ‘필진 후보’ 언급에 회원들 “퇴진” 요구

참석 회원은 기자에게 “뒷북 치는 고고학회” 보도 부탁

9개 고고학 학회가 6일 전남 나주 농어촌공사 강당에서 연 ‘한국고고학 전국대회’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과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의 집필진 참여·사퇴 문제로 시종 술렁였다.

[국정화 불복종 확산]고고학 대회, 집필거부 성명·최몽룡 성토…“국정화 안돼”

오전 9시40분 최성락 한국고고학회장(목포대 교수)의 개회사 후 주제 발표가 이어지는 내내 대회장 안팎에서는 반대 성명문에 대한 학회원들의 논의가 삼삼오오 이어졌다. 한 대학교수는 기자를 보자마자 “부끄러운 일”이라며 “ ‘뒷북치는 고고학회’ 뭐 이런 제목으로 써달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28개 역사학회가 참여한 국정화 반대 공동선언에 고고학회들은 제대로 된 여론수렴도 없이 빠진 것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걸 보면서 ‘효녀’의 사전 뜻풀이를 바꿔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농담으로 이런 말을 했더니 학생들도 웃더라”고 말했다.

하루 동안의 논의 끝에 총회에서 채택된 성명문에는 “역사를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고, 민주주의 가치와 학문적 다양성을 인정할 것”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즉각 철회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초 상고사·고대사가 확대되는 데 대해 “미검증 학설까지 역사 부풀리기에 동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성명문을 다듬으면서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에 초점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성락 한국고고학회장(왼쪽 사진 가운데)이 6일 전남 나주에서 ‘한국 고고학 전국대회’가 끝난 후 열린 만찬에서 9개 고고학회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 철회’를 정부에 요구하며 집필 거부를 결의한 성명서(위 사진)를 발표하고 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최성락 한국고고학회장(왼쪽 사진 가운데)이 6일 전남 나주에서 ‘한국 고고학 전국대회’가 끝난 후 열린 만찬에서 9개 고고학회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 철회’를 정부에 요구하며 집필 거부를 결의한 성명서(위 사진)를 발표하고 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국정교과서 상고사 대표집필자로 초빙됐다가 이날 자진 사퇴한 최몽룡 교수도 줄곧 화두가 됐다. 한 교수는 “여기저기서 비난하고 조롱하는 목소리가 들리는데 당신이 무덤을 파신 일이라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고, 직계 제자나 다름없는 교수는 “그간 더 찾아뵙고 했어야 하는데 제대로 모시지 못한 제 잘못이 크다”고 자책했다. 또 다른 교수는 “그분이 서울대 교수생활만 30년 넘게 하셨는데 고고학회장을 못하셨다. 그게 어떤 의미이겠느냐”고 했다.

최성락 한국고고학회장의 국정교과서 집필 참여 문제도 쟁점이었다. 최몽룡 교수의 직계제자인 최 회장이 집필자 후보로 오르내리자 학회 내부에서 “참여 시 회장직에서 조기 퇴진하라”는 문제제기가 나온 것이다. 학회가 이날 집필 거부를 결의하면서 일단락됐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올해 말까지 임기인 최 회장은 “회원들이 못하게 하는데 어쩔 수 없지 않나. 회장은 입장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밝혔으나, 임기 후 참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대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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