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국정화 반대’에 명예훼손죄 들먹이는 경찰

2015.11.06 22:16 입력 2015.11.06 22:41 수정

신문 사례로 “불법”…반대 여론 고조에 ‘재갈 물리기’

검찰, 시국선언 주도한 전교조 전임자 84명 수사 착수

국정교과서 반대 여론에 대한 당국의 재갈 물리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경찰은 국정교과서 집필진을 상대로 한 폭행·협박뿐 아니라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각종 반대 행위에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엄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과 관련한 고발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 수사1과(과장 이명교 총경)는 6일 발표한 ‘국정교과서 관련 불법행위 엄단 방침’ 보도자료에서 “국정교과서 고시 이후 찬반 양측 간 여론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국정교과서 집필진 등 관련자들에 대한 협박과 인터넷상 명예훼손 등 불법행위 우려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이후 찬반 여론이 격화되면서 서로를 향한 비방 수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경찰은 집필진에 대한 명예훼손의 사례로 ‘국정교과서 집필에 노망들었나…명단 거론만 돼도 친일파’(중앙일보), ‘최몽룡은 친일학자?…SNS서 국정교과서 집필진 근거없는 비난 쏟아져’(연합뉴스), ‘국정화 찬성 학자들 신상털기…제2이완용, 역사오적’(문화일보) 등의 기사를 적시했다.

경찰은 그러나 국정화 찬성 보수단체 또는 보수 성향 누리꾼들의 국정화 반대 시민에 대한 폭언성 인터넷 댓글 등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예컨대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사이트에는 국정교과서 반대 시위를 한 전혜린양(18)에 대해 인신공격성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정화 반대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집필진 섭외 및 구성이 어려워지자 국정화 반대 학자나 시민에게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 발표는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지난 5일 국정교과서 대표집필진에게 쏟아진 비판에 우려를 표명한 다음날 나왔다. 김 대표는 “대표집필진이 공개되자마자 벌써부터 인터넷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대표집필진에 대한 인신공격과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은 대표집필자였던 최몽룡 교수가 제자들의 만류로 국사편찬위원회 기자회견장에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집단테러’라고 비난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경찰에서 교과서 집필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명예훼손 운운하면서 엄포를 놓는 것 자체가 모든 비판을 차단한 채 신성불가침의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9일 교사 2만1000여명이 발표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을 주도한 전교조 전임자 84명에 대한 사건을 공공형사수사부(이문한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