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직접 교육감 출마한다면? “마려울 때 화장실, 아플 때 조퇴”

2018.05.24 16:02 입력 2018.05.24 17:30 수정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소속 학생들과 시민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호0번 청소년 교육감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후 어른 후보와 줄다리기를 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소속 학생들과 시민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호0번 청소년 교육감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후 어른 후보와 줄다리기를 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마려울 때 화장실을, 아플 때 조퇴를!”

기호 0번 교육감 후보인 ‘청소년’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외쳤다. 그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추대한 ‘상징적인 후보’다. 연대는 “교육감은 누구보다도 학생·청소년을 위해 일해야 할 사람인데 청소년은 배제하고 어른들끼리 선택한 후보가 교육감이 된다”며 청소년들이 바라는 공약을 직접 알리기 위한 이날 퍼포먼스의 취지를 설명했다.

검은 정장 차림에 새하얀 가면을 쓴 청소년 후보는 먼저 “학생들에게 인권을 되돌려주겠다”면서 학생 두발·복장규제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수업시간에도 자유롭게 화장실에 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했다. 교사와 친구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생리적 욕구를 드러내고, “쉬는 시간에 뭐했느냐”는 타박을 들으며 수치심을 느끼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프거나 필요할 때 조퇴할 권리가 없다면 학교는 일정 시간 동안 가둬두는 감옥과 다르지 않다”고도 말했다.

학생들이 바라는 것들이 줄줄이 공약으로 이어졌다. 모든 학교에 학생 전용 휴게공간과 탈의실을 만든다. 교사의 체벌과 폭언을 금지하고, 폭력을 쓴 교사는 반드시 징계한다. 학생이 정치적 신념이나 정치적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한다. ‘갑질’을 뿌리뽑아 평등한 학교를 만드는 데도 앞장선다. 더이상 학생이 교무실 청소와 교사의 개인 심부름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학생도 교직원과 똑같은 화장실, 엘리베이터, 출입문을 쓸 수 있게 한다. 교사가 생활기록부를 빌미로 학생을 겁주는 일도 없앤다.

갑질 뿐 아니라 ‘차별’도 없어야 한다. 학생이 나이, 성별, 성적, 장애, 질병, 인종, 출신지, 가족 형태 등에 따라 차별받지 않도록 학칙과 관행을 고치고 인권교육을 한다. 임신·출산을 한 학생이나 성소수자 학생도 마음놓고 다닐 수 있도록 학교 안 성문화를 개선한다. 성적이 나쁘든 장애를 가졌든 모든 학생이 함께 수업받을 수 있게 한다. 여유로운 학창생활도 청소년 후보의 꿈이다.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오전 9시까지 학교에 갔다가 오후 3시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평일 밤 10시 이후와 휴일에는 학원 영업을 금지한다. 취업률 높이기에 목을 맨 특성화고는 학생 진로와 인권이 최우선인 진정한 직업교육 기관으로 변화시키겠다고 했다.

지지자들은 “청소년 없는 교육감 선거는 학생 없는 학생회장 선거” “직접 투표하는 것이 최고의 민주시민 교육” “어른들만의 민주주의는 필요없다” 같은 구호를 외치며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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