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수능

'멘붕' 가채점 교실···"1, 2등급만을 위한 시험인가요"

2018.11.16 16:33 입력 2018.11.16 16:50 수정

수능 다음날인 16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 친구들끼리 서로 위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수능 다음날인 16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 친구들끼리 서로 위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국어에서 너무 ‘멘붕’이 와서 다른 과목도 줄줄이 망쳤어요.”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다음날인 16일 서울 중구 이화외고에선 ‘불국어’ 여파로 나머지 시험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학생들이 가채점표 작성을 하며 “진짜 망했다” “어떡하지”라며 하소연을 쏟아냈다. 차승아양(18)은 “국어가 너무 어려웠다”면서 “친구들도 다들 첫 교시부터 어려워서 놀랐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같은 학교 오민서양(18)도 “국어가 예상보다 너무 어려웠다. 수학은 (모의평가와) 비슷했던 것 같고, 영어는 약간 어려운 정도였다”고 했다.

과학·철학이 융합된 우주론 지문 등 고난도 문항들이 출제된 국어영역을 두고 학생들은 “시간 맞추기도 힘들어서 막판에는 그냥 찍었다” “우주론은 보자마자 넘겼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작년보다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평가된 영어영역에서도 가채점을 마친 학생들 사이에 한숨이 터져 나왔다. 경복고 3학년의 한 학생은 “영어를 절대평가로 한다면 조금 더 실용적으로 내야했는데 학생들을 구분지으려고 어렵게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만식 서울여고 교감은 “시험이 끝났으니 밝은 표정을 보이기도 하고 대체로 차분한 반응이었지만, 전반적으로 불안해하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교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박모 교사도 “가채점표를 내며 속상해 하고, 재수하겠다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고교 교육과정에 맞춰 출제해,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던 교육당국의 약속을 무색하게 하는 시험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해마다 고교 교과과정 밖에서 대학별 고사를 출제한 대학들을 적발해 징계하는데, 모든 입시생이 치르는 수능에서 ‘입시학원 강사들도 풀기 힘든’ 문제를 냈다는 것이다.

수능 문제를 내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의신청 게시판에는 16일 “국어 출제 목적에 대해 할 말이 있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올해 시험을 치른 수험생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수능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공부한 것을 최종 확인하는 시험인데, 9등급까지 고려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지만 (지나친 난도로) 오직 1등급 내지 2등급을 위한 시험이진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적었다. 부천의 한 고교 3학년 담임인 유모 교사는 “성적이 중상위권인 학생들 중에서도 가채점을 하자마자 ‘재수하겠다’며 다시 책을 펴는 아이들이 있었다”면서 “열심히 한 학생들의 노력이 단 하루만에 평가되니,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돼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수만휘’나 ‘오르비’ 등 온라인 수험생 커뮤니티에도 어려운 시험을 성토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수험생들은 “최상위권 괴물들은 무난하게 봤겠지만 상위권이나 중위권은 박살났다” “노력으로 커버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급하게 적어 내려가서 가채점표가 맞는지, 내 기억이 맞는지 혼란스럽다. 논술 시험을 갈지 말지 고민중”이라고 했다. “영어 1등급이 크게 줄어들면 영어 등급 점수 격차가 적은 학교로 지원자들이 몰릴 것”이라며 점수의 유불리를 따지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입시 학원은 학부모와 학생들로 북적였다. 대표적 학원가인 서울 강남 대치동에는 이날 오전부터 학원 수납·등록 부스에 고3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렸다. 수능은 끝났지만 이번 주말 각 대학의 수시 논술전형 시험이 치러지기 때문에 곧바로 논술 대비에 들어간 것이다. 수능을 잘 못 본 학생들은 “논술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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