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노동자 4명 중 1명이 ‘폐 이상소견’···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

2023.03.14 16:47 입력 2023.03.14 19:54 수정

교육부, 급식노동자 폐암 검진 중간결과 발표

서울·경기·충북교육청 결과는 빠져

최근 5년간 폐암 확진 최소 60명

폐암 확진을 받은 학교급식 노동자들이 14일 서울 용산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급식종사자 폐암 검진결과에 대한 당사자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학교 급식 현장의 노동환경 등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폐암 확진을 받은 학교급식 노동자들이 14일 서울 용산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급식종사자 폐암 검진결과에 대한 당사자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학교 급식 현장의 노동환경 등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학교 급식노동자 2만여명의 폐 질환 여부를 검진한 결과 31명이 폐암 판정을 받았다. 폐 이상소견을 받은 노동자는 4명 중 1명꼴이었다. 정부는 급식노동자의 폐암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지 꼭 2년 만에 정부 차원의 대책을 내놨다.

교육부가 14일 발표한 14개 시·도교육청의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검진을 받은 2만4065명 중 폐암이 ‘의심’ 또는 ‘매우 의심’되는 노동자는 139명(0.58%)이었다. 이중 31명(0.13%)은 폐암 확진 판정을 받았다. 양성·경계선 결절 등 이상소견이 나온 급식노동자도 6773명(28.2%)이었다. 앞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폐암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급식노동자는 29명(승인 23명, 불승인 3명, 심사 중 3명)이다.

아직 검진을 진행 중인 서울·경기·충북교육청의 결과까지 포함되면 폐 이상소견을 받은 급식노동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공개한 17개 시·도교육청 급식노동자 폐 검진 결과(지난 7일 기준)에 따르면, 검진을 받은 4만2077명 중 폐암이 의심되는 노동자는 338명(0.80%)이었다. 결절까지 포함하면 이상소견이 나타난 노동자는 1만3653명(32.4%)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경기·충북교육청은 오는 5월까지 검진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했다.

급식노동자 4명 중 1명이 ‘폐 이상소견’···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

교육부는 폐암 판정을 받은 31명에게 산재 신청을 안내하고 치료를 위한 병가·휴직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결절 등 추가·추적 검사가 필요하면 검진비를 지원한다. 조리흄(기름을 이용해 고온 조리할 때 발생하는 입자)을 유발하는 요리는 오븐을 사용하도록 하고 튀김류 요리는 주 2회 이하로 제한한다.

급식 시설 개선 방안도 마련했다. 교육부는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이 필요한 학교에 1억원씩 총 1799억원을 지원한다. 총 8274개교 중 제주지역 학교 90곳을 포함한 1889곳이 올해 개선을 마칠 계획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제주특별법에 따라 정부 교부금을 받지 않는다.

2018년 12년 동안 급식실에서 일한 급식노동자가 A씨(당시 54세)가 폐암으로 사망하면서 이 문제가 불거졌다. 2021년 2월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강득구 의원은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급식 노동자의 폐암 산재 인정 사례가 첫 발생한 이후 2년이 지나서야 첫 대책 발표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사후약방문”이라고 했다.

김미경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수석부본부장은 “권고 수준의 지침은 시도교육청별로 시행 중인 곳이 많다”며 “현장에 실제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으면 탁상행정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4일 서울 용산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급식종사자 폐암 검진결과에 대한 당사자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4일 서울 용산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급식종사자 폐암 검진결과에 대한 당사자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이날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가 연 당사자 기자회견에서 “폐암뿐만 아니라 다양한 폐 질환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천식이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조리흄은 폐포에서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기 때문에 폐가 아닌 다른 곳에 암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검진의 대상이 ‘55세 이상이거나 10년 이상 근무한 급식노동자’로 제한된 것도 지적을 받았다. 박정호 학비노조 정책실장은 “급식노동자 전체로 검진 대상을 확대하면 폐에 이상소견이 있는 노동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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