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대규모 노동절 시위

2001.05.01 18:50

노동절인 1일 서울 대학로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노동자들의 각종 집회와 시위가 열렸다. 금강산에서는 분단 후 처음으로 남북의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노동절 행사를 가졌다. 시위에 따른 교통통제로 서울 도심은 오후 들어 심한 교통체증을 빚었으며 도심으로 진출하려는 시위대와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 사이에 곳곳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노총=이날 오후 2시 서울 대학로에서 ‘제111차 세계노동절 노동자대회’를 연 것을 비롯해 부산역, 제주시청 앞 등 8개 도시에서 집회를 가졌다. 집회에 참석한 근로자들은 기념식과 문화공연을 펼치는 등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 1만5천여명 등 전국에서 3만여명의 노동자들이 참가했다고 민노총은 밝혔다.

단병호 위원장은 “대우차 노조원 폭력진압은 구조조정 정책의 야만성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며 “민생 파탄과 개혁 실패를 수습할 정책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정권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집회 후 대형 레미콘트럭 10여대를 앞세운 채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 철폐 ▲공무원·교수 노조보장 등을 요구하며 종로를 거쳐 광화문으로 진출하려다 이를 막는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여경 1개 중대를 포함해 81개 중대, 9,000여명의 경찰을 투입했으며 마로니에 공원에서 종각 전철역까지의 행진은 허용했다.

◇한국노총=이날 오후 1시 서울역 앞에서 5,000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절 기념 및 공안적 노동탄압 분쇄를 위한 전국 노동자대회’를 연데 이어 명동성당 입구까지 도심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2개 차선을 따라 명동성당으로 이동하며 ▲국가보안법 폐지 ▲주 5일 주 40시간 근무제의 제도화 등을 촉구했다. 경찰은 13개 중대, 1,500여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대규모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남북 노동자대회=이날 오전 9시 북녘 땅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노동자대회’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의 노동자들이 함께 한 노동절 행사로 기록됐다.

전날 금강산 관광선 설봉호 편으로 장전항에 도착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 조합원 500여명과 북한의 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 소속 노조원 800여명은 이곳에서 ‘남북노동자 5·1절 통일대회’를 가졌다.

남북 노동자들은 서커스인 교예단 공연을 관람한 뒤 양측 조합원을 뒤섞어 짠 ‘자주팀’과 ‘단합팀’으로 나눠 줄다리기와 축구 등을 하면서 통일의지를 다졌다. 이들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지난해의 6·15 공동선언을 지지하고 “통일대회 행사를 거족적으로 실현시킴으로써 실질적으로 분단의 벽을 허물고 노동자가 앞장서 통일의 물꼬를 터 나가겠다”고 밝혔다.

◇집회 중계와 경찰 대응=민주노총과 경찰은 이날 행사 전 과정을 비디오카메라로 찍어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다. 경찰은 노동자들의 과격행위를 사전에 막기 위해, 노조측은 경찰의 과잉진압을 감시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특히 경찰은 지난번 부평 대우차 노조원에 대한 폭력 진압시 노조원들의 불법 행위를 채증하지 못해 호되게 당했다며 필사적으로 채증 활동을 벌였다.

〈최재영·지정용·이호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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