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적 안락사’ 또다시 논란

2006.03.01 18:08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생(生)을 연장하는 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둬야 한다는 이른바 ‘소극적인 안락사’ 논쟁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안명옥 의원(한나라당)이 불합리한 연명(延命)치료 중단을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 계기가 됐다.

안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환자 등의 치료중단 요구가 있거나 의학적 기준에 따른 치료 중단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의료심사조정위원회 심의·결정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의료심사조정위원회가 환자의 계속 치료를 결정하고 또 연명치료를 위해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응급의료기금의 재원을 통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안의원은 “의학적으로 회생 불가능한 환자를 특수 기계장치를 통해 억지로 연명시키는 것은 환자 본인이나 가족에게 큰 고통이며 사회적 부담도 큰 것이 현실”이라며 법안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의 테이블에 올라간 개정안은 전체회의에서 대체토론과 심의를 통해 의결되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로 넘어가게 된다. 안의원측은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이 긍정적이어서 법안 통과 가능성을 높게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2005년 5월 한림대 법학부 이인영 교수가 전국 16개 시·도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표본조사에 따르면 ‘고통이 극심한 불치병 환자가 죽을 권리를 요구할 때 의료진은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69.3%가 동의했다.

그러나 실제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종교계와 생명윤리학계가 이 법안이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의대 황상익 교수는 “우리 사회의 성숙도로 봤을 때 소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하기에는 아직 시기적으로 이른 느낌”이라며 “연명치료 중단을 실정법으로 허용할 경우 오·남용으로 인해 지금보다 더 억울한 죽음이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조계를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은 1998년 환자가 퇴원할 경우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족의 요구로 환자를 퇴원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들에게 최종적으로 살인방조죄로 유죄판결을 내린 바 있다.

〈김준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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