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충분히 '돌봄' 받고 있는가

(5)자의 아닌 입원 절차 복잡…‘인권 보호·치료 보장’ 제도 개선을

2018.03.20 06:00 입력 2018.03.20 06:02 수정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10개월…부작용 논란은 여전

[우리는 충분히 '돌봄' 받고 있는가](5)자의 아닌 입원 절차 복잡…‘인권 보호·치료 보장’ 제도 개선을

“현재 문제가 되는 정신건강복지법은 외국보다 우리나라의 강제입원율이 높다는 이유에서 시작됐는데, 외국의 경우는 정신질환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사법입원(강제입원)을 엄격히 집행합니다. 국내에 강제입원이 많다는 것은 그런 통계를 빼고 단순 비교를 한 겁니다.”

한국정신보건연구회 및 유관기관 관계자는 “증상이 심한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 입원하려고 하지 않아 자의입원이나 동의입원이 쉽지 않다”면서 “현재 비자의입원의 규정을 너무 까다롭게 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보건의료기본법과 의료법 시행규칙은 환자의 6대 권리 중 첫 번째로 ‘진료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2017년 5월30일 발효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을 보면, 국내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하는 방법은 5가지다. 환자 스스로 입원하는 경우(자의입원), 환자가 보호자의 동의와 함께 입원하는 경우(동의입원), 보호자 2명의 동의로 강제 입원하는 경우(비자의입원), 자해·타해 위험이 있을 때 경찰에 의해 강제 입원하는 경우(응급입원), 기초·특별 지자체 단체장의 명령으로 강제 입원하는 경우(행정입원)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의 ‘환자의 인권 등을 보호한다’는 취지는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퇴원은 비교적 쉽게, 입원은 매우 까다롭게 절차나 판단기준, 관련서류 등을 규정하고 있다. 입원동의 자격이 있는 후견인, 보호자 서열 등은 경우에 따라 복잡하다. 이렇듯 비자의입원에 수반되는 결정 과정과 행정 절차가 과도하게 복잡할 뿐 아니라 제대로 운영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국공립의료기관 소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 의한 ‘2차 진단’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비자의입원은 2주 안에 입원한 병원과 다른 정신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정신과 전문의가 입원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관련 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태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민간 정신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정신과 전문의가 판정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다른 정신과 전문의가 판정하는 경우도 예외로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보호자와 병원이 갖춰야 하는 형식적인 절차는 까다로워지고 행정 소요 시간은 늘었지만, 입법 취지는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권과 치료 모두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장기입원은 최대한 줄이고 질병 초기에 단기간의 집중적인 치료는 빨리 이뤄져야 하는데, 초기 치료 접근까지 어려운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정신건강복지법 43조2항에는 ①정신질환자가 정신의료기관 등에서 입원치료 또는 요양을 받을 만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자해) ②정신질환자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타해) 2가지를 모두 충족할 때에만 비자의입원이나 응급입원, 행정입원 등이 가능하다.

응급입원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3일 이내에 입원 적합성 여부 판정이 의무사항이다. 응급인원도 비자의입원처럼 절차가 복잡해 입원을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3일 이내에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고 계속적인 입원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행정입원으로 전환하게 된다. 3일 이내에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을 것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행정입원이 가능한 곳으로 보내 절차를 밟는다. 행정입원이 가능한 병원은 한정돼 있다. 절차가 복합하고 이를 지원해줄 시스템도 부족하다. 지자체에 따라 상황이 들쭉날쭉하다. 나은 곳보다 어려운 곳이 더 많다.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손지훈 교수(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장·정신과 전문의)는 “정신건강복지법은 취지 자체는 좋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서 “빠른 초기 치료와 장기입원 억제 대책을 마련하는 게 향후 과제”라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제도를 통한 규제로만 해결하기보다는 돌봄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 즉 정신의료기관 개선과 지역사회 정신의학체계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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