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 대한노인병학회 이사장 "노인질환 포괄적 대처 위한 국가기관 설립 시급하다"

2019.05.29 07:16

노인병은 여러 부류의 질병들을 포함한다. 첫째, 일반적으로 청장년기서부터 갖고 있던 병들과 둘째, 노인이 되어야만 생기는 노인 특유질환들 두 가지로 크게 나뉜다. 첫째 범주인 고혈압, 당뇨병, 뇌졸중, 심장질환, 암, 만성폐질환 등은 노인에 많은 질환이다. 둘째 범주인 노인성 치매, 노인성 골다공증, 노인성 백내장, 노인성 난청, 노쇠 등은 노인 특유의 질환으로 꼽힌다.

이동호 대한노인병학회 이사장(59·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28일 “국가적 차원에서 질병 자체를 치료하는 치료의학의 지원에만 머물러서는 곤란하다”면서 “노인병의 예방과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국가 프로그램과 로드맵이 요청되며, 특히 노인병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국가적 전략과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동호 대한노인병학회 이사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노인병은 젊은 시절부터의 생활습관과 질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면서 “젊었을 때부터 건강한 습관을 가지라”고 권고했다.

이동호 대한노인병학회 이사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노인병은 젊은 시절부터의 생활습관과 질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면서 “젊었을 때부터 건강한 습관을 가지라”고 권고했다.

―건강한 노년, 행복한 노후를 만들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기울여야 할까요.

“노인병은 갑자기 찾아오지 않습니다. 젊은시절부터의 누적된 여러 질환들이 모여서 노인병을 만듭니다. 젊은 시절부터 건강한 습관, 운동, 스트레스관리, 금연 등 좋은 건강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주기적인 건강 검진을 통해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건강장수를 위해 필수적입니다.”

―학회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어떰 점에 역점을 두고 계십니까.

“노인병에 관한 전문 인력의 양성 및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지와 배려입니다. 노인 질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실제 임상에서 통합적 진료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합니다. 노인병 세부 전문의 또는 노인병 세부 인정의 제도가 논의 중인데, 조속히 대승적 차원에서 노인 환자 진료를 위한 합리적 제도가 확립되었으면 합니다. 이에 대해 역점적으로 회무를 진행하는 중입니다. 또한 노인병학회 회원과 임원들을 확충하며, 특히 향후 노인병학회를 이끌어갈 젊은 중견 의사 및 학자들의 양성과 참여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학회가 그동안 펼친 주요 국민건강 관련 사업(캠페인 등)과 주요 성과는 어떤가요.

“노인에게 특히 중요한 정책적 이슈들에 관해서 지속적으로 포럼과 세미나를 개최하였습니다. 노인 주거시설 문제, 노인 요양보험정책, 요양병원 및 요양원의 현황과 문제, 국립 노화 및 노인병 연구소 설립 타당성 문제 등 다양하고 심도 있는 주제의 포럼과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정부와 연관 기관과의 긴밀한 소통과 토론을 지속하는 한편, 건강노인 선발대회 등을 통해 건강 노화에 대한 캠페인을 지속해 왔습니다.”

―노년기가 되면 신체질병뿐 아니라 정신-심리적 문제도 많이 발생하는데요.

“노인들은 다양한 정신과적 장애를 겪을 수 있습니다. 그 중 우울증은 노년기에 가장 흔한 정신과 질환의 하나인데 삶의 의미, 흥미, 즐거움이 전반적으로 감소되는 고통스런 감정적 경험을 말합니다. 노인 우울증은 환자는 물론 가족에게도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노인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가족과 의료진의 각별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 이사장은 “가족, 친구, 이웃은 노인의 우울증이나 치매를 비롯한 여러 노인병 관리와 치료의 중요한 지지자 역할을 한다”면서 “노인병 관리를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매나 변실금 같은 ‘극한질환’들에 대한 의료계 및 국가사회적 대비가 미흡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치매에 대해서는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역점 사업으로 관리합니다. 그러나 치매는 여러 다양한 원인들과 노인의 복합 질환들과 연결되어 있어요. 따라서 치매라는 하나의 질환만 도려내서 국가가 관리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고 치매를 정복하기에는 상당히 미흡하다고 생각됩니다. 국립 노화 및 노인병 연구소처럼 치매를 비롯한 노인질환 전반과 노화, 노인병의 사회경제적 문제 등을 심도있고 광범위하게 다룰 수 있는 국가기관의 설립이 요망됩니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러한 연구소를 설립하고 치매를 비롯한 노인병 전반에 대한 연구 및 진료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대한노인병학회 50주년 기념식에서 (왼쪽부터)유형준 전 이사장(CM병원), 최종경 부총무(국립중앙의료원), 고행일 전 회장(인제학원 이사), 김건열 전 회장(서울의대 명예교수), 백현욱 회장(분당제생병원), 이동호 이사장이 기념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대한노인병학회 50주년 기념식에서 (왼쪽부터)유형준 전 이사장(CM병원), 최종경 부총무(국립중앙의료원), 고행일 전 회장(인제학원 이사), 김건열 전 회장(서울의대 명예교수), 백현욱 회장(분당제생병원), 이동호 이사장이 기념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노년기 질환은 진단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만….

“노년기 질환은 젊은 층과 중년기 질환과 다릅니다. 특히 전형적인 임상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급성 충수염(흔히 맹장염이라고 부름)이 생겨도 복통이 별로 없어서 진단이 늦어지고, 천공이 되어 복막염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갑상선기능항진증의 경우에도 전형적인 증상이 없어서 진단을 못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년층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의 특징은 전형적인 임상증상이 결여되어 있는 소위 ‘감정이 없는 갑상선기능항진증’ 양상을 나타냅니다. 신체 검사상 붓거나 냉담한 모습, 감정의 기복이 없고 가라앉은 기분, 맥박이 그리 빠르지 않고, 눈 징후 및 갑상선종이 없는 등 전형적인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임상적 특징과는 다른 소견이 흔히 관찰되어 진단을 못내리거나 오진하는 수가 많습니다.”

―건강한 노년을 위한 건강수칙 5계명, 10계명 같은 것이 있나요.

“저희 학회는 2016년 10월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노년 인구의 만성질환 예방 및 관리를 통한 건강수명 증진을 돕고자 ‘백세까지 건강하게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국내 노년 인구의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은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어요. 노령층의 만성질환 유병률은 증가하는 추세이며, 만성질환을 2개 이상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노인 환자의 경우, 젊은 환자에 비해 생리적인 회생능력이 떨어져 만성질환으로 인한 삶의 질이 감소하거나 남은 수명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과 같이 노령인구가 겪는 대표적인 만성질환 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건강실천 행동을 유도하고자 건강수명 연장을 위한 7계명을 발표했습니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십시오.

“소금은 반으로 줄이세요! 깨끗하고 건조한 실내를 유지하세요! 담배와 술을 끊으세요! 숨이 조금 더 찰 정도 운동을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하세요! 친구를 만나고 사회활동을 유지하세요!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이 있다면 건강한 생활습관과 약물치료로 적극적인 관리를 하세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의사와 주기적으로 상담하세요! 등 노인의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수칙을 담고 있습니다.”

―의대 및 대학병원 교수로서 현재 주력하시는 부분과 앞으로 주요 계획과 비전은.

“최근에는 장내미생물 분야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장내미생물이 치매, 우울증, 파킨슨병, 자폐증, 암, 당뇨, 비만, 아토피, 알레르기 질환, 염증성장질환 등과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가 계속 학계에서 발표되고 있죠. 특히 노화는 장내 미생물 중 염증을 유발하는 유해균의 증가와 관련이 깊습니다. 따라서 한국 건강인에서의 장내미생물의 조성, 위암·대장암에서의 장내미생물의 분석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또한 항생제로 유발된 항생제 유발 장염(클로스트리듐 디피실 장염)에 대한 대변이식치료(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 이식)를 활발히 시행하여 좋은 치료 성적을 얻고 있습니다.”

소화기 내시경 및 위·대장질환 분야의 귄위자인 이동호 이사장이 외래 진료를 하고 있다.

소화기 내시경 및 위·대장질환 분야의 귄위자인 이동호 이사장이 외래 진료를 하고 있다.

이 이사장의 진료 분야는 위암, 위염, 위궤양, 장염, 대장암, 십이지장궤양, 과민성장증후군, 변비, 설사, 과도한 가스배출 등이다. 유산균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며 유산균에 관한 연구내용을 토대로 한 <유산균이 운명을 바꾼다>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병원(의료기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병원의 역할은 질병의 치료뿐 아니라 예방 및 질병의 관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또한 대학병원은 환자의 진료는 물론 새로운 첨단분야에 대한 연구도 함께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들이 병원을 잘 이용하는 방법은.

“여러 질환이 함께 있는 경우에는 포괄적, 통합적으로 진료를 해줄 수 있는 의료진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여러 질환이 중증이거나 주요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특정 질환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이 있는 의료진을 찾는 것이 추천됩니다.”

―노년층을 겨냥한 요양병원들이 많이 생겼는데요.

“현재 우리나라에는 1460여 개에 달하는 요양병원이 있으며, 각 요양병원마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때마침 이번 정부에서는 커뮤니티케어, 즉 지역사회 돌봄 정책을 주된 보건복지 정책으로 추진 중인데, 이러한 정부 정책의 흐름을 잘 파악하여 급성기 후 케어, 퇴원 후 플랜, 방문진료 사업, 지역사회와의 연계에 대한 계획을 잘 세워야 합니다. 특히, 앞으로는 요양병원은 기존의 노인요양시설과는 차별되는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급성기-아급성기-장기케어가 조화롭게 이루어질 때 요양병원들도 안정적인 운영이 될 것입니다.

이 이사장의 좌우명과 생활신조는 ‘우리는 언젠가 죽음에 이르기 때문에, 하루 하루를 의미있게 지내고, 설사 실패하고 좌절하더라도 우리의 운명을 사랑해야 한다’이다. 서울대 의대 시절 응원단장을 맡았다. 인문학적인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항상 밝은 표정으로 유머감각이 넘친다. 평소 건강관리 비결은, 첫째 가능하면 계단을 이용해서 많이 걷는 것이다. 또한 나물반찬, 해조류 등 섬유질을 많이 섭취한다. 녹차를 자주 마시고 유산균을 즐겨 먹는다.

대한노인병학회 50주년 행사에서 이동호 이사장과 학회 원로 및 관계자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대한노인병학회 50주년 행사에서 이동호 이사장과 학회 원로 및 관계자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1968년 창립된 대한노인병학회는 노화 현상과 노인병학회의 연구 발전, 노인병 문제에 관한 조사와 계몽, 노인 보건의료에 대한 건의, 노인병에 관한 의사 연수와 교육 등을 수행하는 학술단체이다. 학회의 역사가 이렇게 오래 되었음에도 현재 국내에는 노인 질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실제 임상에서 통합적 진료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노인병 세부전문의 또는 노인병 세부인정의 제도가 논의 중이다. 노인병학회는 의료적 측면뿐 아니라 노인 주거시설 문제, 노인 요양보험정책, 요양병원 및 요양원의 현황과 문제 등 다양한 주제의 포럼과 세미나를 개최, 고령사회의 노인환자 건강권 확립과 의료 발전을 위한 합리적 제도가 확립되는데 회무의 역점을 두고 있다. 현재 회원 수는 800명에 달하고, ‘혈관노화 및 질환 연구회’, ‘기능평가위원회’ 등의 소연구회 모임이 활발하다.

■이동호 이사장은

서울대 의대 졸업, 대한소화기학회 보험위원·대한 헬리코박터 연구학회 학술위원·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내시경가이드라인 제정위원·대한장연구학회 편집위원·대한소화관운동학회 보험이사·대한노인병학회 연수고시이사·대한암예방학회 연구이사·대한 헬리코박터 및 상부위장관학회 보험이사·분당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 센터장·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센터장·국제노년학노인의학회(IAGG) 재무이사 등 역임, 현재 미국소화기학회(AGA) 정회원·대한 헬리코박터 및 상부위장관학회 평의원·대한소화기학회 평의원 및 학술위원·세계소화기학회(WGO) 학술위원·소화기연관학회 보험정책단 단장·대한노인병학회 이사장 등.

*사진=대한노인병학회,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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