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공보의 5명 중 1명 대도시 ‘파견’…전공의 이탈 장기화, 지역 의료 흔들

2024.03.28 15:43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공중보건의들이 파견된 지난 12일 오전 전남 화순군 도암면보건지소에 ‘진료 중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공중보건의들이 파견된 지난 12일 오전 전남 화순군 도암면보건지소에 ‘진료 중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전남 고흥군은 전국에서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가장 높다. 지난 2월 말 기준 6만933명의 주민 중 43%인 2만6717명이 65세 이상이다. 의료시설이 열악한 고흥에서 공중보건의사(공보의)가 배치돼 진료와 처방까지 받을 수 있는 보건지소는 고령의 주민들에게는 꼭 필요한 시설이다.

하지만 16곳의 보건지소가 있는 고흥에서는 최근 의사가 없어 ‘순회진료’를 해야 하는 곳이 3곳에서 8곳으로 증가했다. 정부가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흥지역 공보의 5명을 대도시 대형의료기관 등에 파견했기 때문이다. 고흥군은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전공의 이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농어촌 지역 의료 체계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근 두 차례에 걸쳐 250명의 공보의를 파견했는데 대부분이 농어촌에서 복무하던 의사들이다.

28일 ‘전국 시·도별 공보의 파견현황’ 자료를 보면 보건복지부의 요청으로 전국 농어촌 지역에서 복무하는 의과 공보의 5명 중 1명이 대도시 대형병원이나 긴급응급의료상황실 등으로 파견됐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 사태로 대형병원 의사가 부족해지자 공보의들을 파견해 지원하고 있다.

파견 공보의들의 대부분은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의료시설이 열악한 농어촌지역에서 복무하던 의사들이다. 전국의 의과 공보의 1367명 중 수도권과 대도시, 제주도를 제외한 농어촌지역에 배치된 의사는 1191명이다.

농어촌지역 공보의 중 217명(18.2%)은 파견을 나간 상황이다. 전남에서 45명, 경북 44명, 경남 32명, 충남·강원 27명, 충북 25명, 전북에서도 17명의 공보의가 복무지역을 떠나있다.

이들이 배치됐던 지역은 보건지소 운영 등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45명의 공보의가 파견된 전남의 경우 보건소 10곳과 보건지소 35곳이 ‘순회진료’에 들어갔다.

게다가 공보의들이 30% 정도는 다음 달 복무기간이 끝난다. 72명의 공보의가 다음달 11일 복무 만료되는 전남은 추가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지난 7일부터 비상진료체계 해제 때까지 이들에 대한 휴가 제한을 지시하기도 했다.

문권옥 전남도 건강증진과장은 “공보의 파견과 복무 만료로 진료 불편이 예상되는 만큼, 보건기관을 방문할 때 진료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불가피한 경우 인근 의료기관을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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