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 체험학습 중 실종된 2명 끝내 주검으로

2012.07.29 21:30 입력 2012.07.29 22:39 수정
광주 | 배명재·박용근 기자

아이들 울면서 소리치는데 교사도 안전요원도 없었다

지난 25일 오후 1시30분 전남 신안군 증도면 병풍도 앞 무인도인 해섬의 바닷가.

대안학교인 경남 ㄱ중·고교 학생 66명은 섬여행 전문업체인 ㄴ사 프로그램에 따라 무인도 체험학습에 한창이었다.

오전에 넝쿨로 로프 만들기 체험을 마친 학생 10여명은 점심식사 후 자유시간이 되자 폭염을 피해 바닷물로 뛰어들었다. 겉으론 평온해 보이는 바다였지만, 서해 특성상 조수간만차로 바닥굴곡은 꽤 심한 편이었다.

무인도 체험학습 중 2명이 숨진 전남 신안군 병풍도 앞 해섬 해변. | 연합뉴스

무인도 체험학습 중 2명이 숨진 전남 신안군 병풍도 앞 해섬 해변. | 연합뉴스

수영을 하던 중학생 김모군(16)이 갑자기 물속으로 빨려들어가며 허우적댔다. 김군은 옆에 있던 이모군을 엉겁결에 붙잡았다. 두 명의 학생이 물속에서 허우적거리자 유모군이 구하러 갔다. 하지만 유모군마저 물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곁에 있던 친구들이 함께 뛰어들었다. 결국 3명의 학생은 겨우 빠져나왔지만, 김군은 점점 멀어져 갔다.

이때 고교생 박모군(18)이 김군을 구하러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박군은 김군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두 사람의 모습은 친구들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학생들 곁에는 안전요원도, 학교 선생님도 없었다.

중학생 김군과 고교생 박군은 실종 3일 만인 지난 28일 오전 9시5분, 오후 4시58분 해섬 남서쪽, 북동쪽에서 소형선박을 타고 육안수색에 나선 유족과 학교 측 관계자들에게 주검으로 발견됐다. 해경은 첨단장비를 갖춘 경비정과 구명정·헬기까지 띄워 수색했으나 허탕을 쳤다. 하지만 해경은 자신들이 발견한 것처럼 발표했다.

이 무인도에선 왜 이런 참사가 벌어진 것일까.

현장에 있었던 이모군은 29일 “사고가 나자마자 교관을 부르며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교관들이 제때 나오지 않았다”며 “교관들이 왔을 때는 이미 두 학생이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였다”고 말했다.

뒤늦게 나온 교관은 아예 수영도 하지 못했다. 박모군은 “뒤늦게 나온 교관 중 한 명이 수영을 하지 못한다며 구명조끼를 입고 들어가더니 금방 다시 나와버렸다”고 말했다.

여모양은 “아이들이 울면서 119에 신고하라고 소리쳤는데 교관 중 한 명은 여기가 어딘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며 “경찰과 헬기가 온 것은 사건 발생 한 시간이 지나서였다”고 울먹였다.

사고 현장에는 구명보트조차 갖춰지지 않았다.

안전요원으로 배치된 교관 4명 중 수상 인명구조 자격증을 갖춘 교관은 한 명도 없었다. 학생들도 사고현장에 구명조끼가 있었지만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ㄴ사 관계자는 “무인도 체험은 불을 만들고 밥을 짓는 등 섬에서의 생존경험을 체득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지 물놀이 체험이 아니다”라며 “물놀이 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인명구조 요원을 갖추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의 안전불감증도 심각했다. 전체 160명의 학생 중 66명을 무인도 체험학습장에 보내놓고, 인솔교사는 한 명도 따라붙지 않았다. 교사 10여명은 전남 무안에서 학생들을 섬으로 떠나보낸 뒤 목포 일대 대안학교를 돌아보던 중이었다.

학교 관계자는 “체험을 맡은 회사가 방송에 소개될 정도로 알려진 데다 안전장구, 안전요원이 상시 대기 중이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듣고 아이들만 보냈다”고 말했다.

경찰은 업체와 학교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 체험시설 허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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