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련글 ‘반대’ 3건·박근혜 후보 불리한 글엔 ‘반대’ 1100건

2013.05.01 06:00

민변, 대선 당시 ‘오늘의 유머’ 사이트 게시글 분석

‘댓글’ 작업용 아이디 73개 만들어 IP 바꿔가며 활동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오유)’ 운영자 이모씨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30일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국가정보원 직원 등이 ‘오유’ 게시글에 ‘반대’를 클릭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개한 사례는 1467건이다.

이 중 75%인 1100건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에게 불리하거나 야당에 유리한 게시글에 대한 반대였다. 북한 관련 게시물에 대한 반대는 3건에 불과했다. 민변은 “댓글작업이 대북 심리전의 일환이라는 국정원의 해명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 박근혜 후보에 불리한 글 ‘반대’

민변 분석자료를 보면, 이들은 지난해 8월 말부터 대선 전까지 ‘오유’에 73개의 아이디로 인터넷주소(IP)를 수시로 바꿔가며 활동했다. 1467건의 글에 반대를 표시했는데,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에게 불리한 글이 734건으로 가장 많았다. 366건은 야당과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한 게시물에 대한 반대였다. 그 외에 이명박 정부(68건) 및 4대강 사업(20건), 자유무역협정(FTA·16건) 등 정부 현안에 대한 비판글에 반대가 몰렸다. 국정원이 강조한 북한 관련 게시물에 대응한 것은 3건에 불과했다.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 김모씨(29·여)는 지난해 9월 중순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다. 박근혜 후보가 ‘인혁당 사건에 두 개의 판결이 있다’는 발언으로 수세에 몰리고, 문재인 후보는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로 확정돼 상승세를 탈 때였다. 김씨는 ‘박근혜 “5·16혁명 없었으면 우린 공산당의 밥” ’ ‘박근혜 캠프, 인디밴드 2군 발언’(이상 9월13일),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 논란’ ‘박근혜, 본인과 정수장학회 무관하다더니…’ ‘정봉주 가석방 대상자에 포함!!’(이상 9월14일),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 당선!’(9월17일)이라는 제목의 글에 반대 표시를 했다.

북한 관련글 ‘반대’ 3건·박근혜 후보 불리한 글엔 ‘반대’ 1100건

■ ‘반대’ 표시는 글의 게시 위치 결정

민변은 일부 게시글에 ‘반대’를 클릭한 이유로 ‘오유’ 사이트의 특성을 들었다. ‘오유’ 게시글은 초반에 추천 10개를 받으면 베스트 게시판으로 옮겨진다. 거기서 다시 추천 100개가 넘으면 ‘베스트오브베스트’ 게시판으로 간다. 여기서도 인기를 끌면 사이트 메인 화면에 노출된다. 이 경우 조회수가 보통 3만을 넘고, 경우에 따라 10만을 넘기도 한다. 하지만 초반에 반대가 3개를 넘으면 추천이 아무리 많아도 베스트 게시판으로 갈 수 없다. 반대 표시 4개면 많은 사람이 글을 읽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셈이다.

경찰은 국정원 직원이 인터넷 게시판에 정치적 성향의 댓글을 단 것은 정치 관여로 봤지만 다른 사람의 글에 단순히 추천·반대 표시를 한 것은 수사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오유’ 운영자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누락된 부분을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 추가 공범 적어도 한 명 이상

민변은 경찰이 입건한 3명 외에 적어도 1명 이상의 공범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지난해 9월13일 김씨의 아이디가 활동하던 시간대에 다른 아이디 3개가 추가로 활동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들 아이디 4개는 10초 이내의 간격으로 서로 다른 인터넷주소를 가지고 사이트 내에서 활동했다. 같은 사람이 10초 안에 인터넷주소를 변경한 후 다른 아이디로 로그인해 추천·반대를 표시하거나 게시글을 작성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민변은 기술적 어려움을 들어 “김씨 이외에 최소 3명의 추가 이용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변은 또 “무리지어 활동한 8개의 아이디 군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아이디는 가입 시점 등 활동 유형이 겹치거나 같은 인터넷주소로 활동했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