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확인한 유족들 “내 딸아” 절규

2014.04.18 21:39 입력 2014.04.18 22:22 수정

“채연아 안돼. 채연아 어떻게 해. 어떻게….”

18일 오후 1시10분 전남 목포시 산정동 전남중앙병원 장례식장.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된 경기 안산 단원고 박채연양(17)을 본 박양의 아버지와 고모는 그 자리에서 다리가 풀린 듯 주저앉아 눈물을 쏟아냈다. 박양의 큰아버지와 이모도 박양의 얼굴을 확인하고 오열했다. 박양의 가족과 친척 7명의 울음소리가 조문객 한 명 없는 장례식장 안을 가득 채웠다.

박양의 얼굴을 확인한 가족들은 곧바로 박양의 운구를 준비했다. 이송차량을 기다리고, 박양의 시신을 태우는 50여분 동안 박양의 아버지와 할머니의 절규는 끊어지지 않았다. “채연아.” 박양의 할머니는 이송차량을 두드리며 애타게 이름을 불렀다.

<b>팽목항에 도착한 시신</b>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사흘째인 18일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사고현장에서 수습된 탑승객의 시신이 들어오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팽목항에 도착한 시신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사흘째인 18일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사고현장에서 수습된 탑승객의 시신이 들어오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박양의 큰아버지는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에 전화해 “시신을 보니까 애가 물에서 나온 지 얼마 안됐어. 다른 애들도 살 수 있다는 거야. 그런데 자꾸 건져내지도 않고 거짓말만 하고 있어. 다른 아이들 살릴 수 있어. 제발 알려요”라고 말했다. 박양의 시신은 안산의 한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박양의 아버지는 바닥에 앉아 박양을 실은 이송차량이 떠나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날 오전 전남중앙병원에서 시신을 확인한 단원고 김소정양(18)의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실신해 응급실로 실려갔다. 김양의 시신은 김양의 어머니가 깨어난 오후에 옮겨졌다. 김양의 아버지는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얼마나 많은 사고가 있었는데, 제대로 바뀐 것이 없다. 또 아이들이 많이 죽었다”면서 “오래 기다렸지만 너무 늦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어떤 행동을 해도 떠난 딸은 돌아오지 않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본격적인 선내 수색 작업이 시작된 이날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는 생존자들이 나올 경우 이송을 하기 위해 구급차 20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진도군은 또 팽목항 서편에 임시 시신 안치소를 설치, 운영하기 시작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임시 막사와는 300m가량 떨어진 곳이다. 그동안에는 시신이 수습되면 인근 병원에 분산 안치돼 사망자 확인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사망자 신원이 뒤바뀌는 일도 있어 유족들의 거센 항의가 잇따랐다. 진도군은 사고 해역에서 시신이 수습될 경우 임시 안치소로 먼저 옮긴 뒤 가족들의 협조를 받아 신원을 확인할 방침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