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인천 병방동 60대 여성 엽기 살해 사건

2016.05.19 10:18 입력 2016.05.20 14:25 수정

그림|김상민 화백

그림|김상민 화백

“늘 화려한 옷차림에 친구들과 춤도 잘 추러 다녀 동네 사람들은 숨진 할머니를 ‘대추나무집 멋쟁이 할머니’라고 불렀습니다.”

인천 계양구 병방동 사람들은 대추나무집 할머니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병방시장에서 20년 넘게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대추나무집 할머니는 다세대 주택의 집주인으로 남편과 3층에서 살고, 지하와 1·2층 7∼8가구에 전·월세를 놓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숨진 할머니가 살던 다세대주택 대문 안쪽에 커다란 대추나무가 있어 이 집 안주인을 대추나무집 할머니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안타깝게도 숨진 할머니가 발견된 아파트 옹벽 위에도 대추나무가 있었는데, 할머니가 알몸 시신으로 발견된 뒤 아파트 주민들이 ‘재수 없다’며 옹벽 위에 있던 대추나무를 잘라버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이씨는 “대추나무 집 할머니가 숨진 뒤 시신이 발견된 아파트는 물론 병방시장 곳곳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그 이후로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제사건, 시그널을 찾아라](30)인천 병방동 60대 여성 엽기 살해 사건

경찰이 병방동 강도살인 용의자로 수배한 40대 남성의 몽타주|인천지방경찰청 제공

경찰이 병방동 강도살인 용의자로 수배한 40대 남성의 몽타주|인천지방경찰청 제공

■특정부위가 훼손된 채 알몸 시신으로 발견

2008년 8월19일 오전 5시50분쯤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아파트 옹벽 바로 옆 일렬 주차된 차량 사이에서 대추나무집 할머니 송미순씨(당시 62세·가명)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알몸으로 발견된 송씨의 시신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엽기적이었다. 얼굴 등은 심하게 맞아 곳곳에 시퍼런 멍이 있었다. 특정부위가 크게 훼손돼 있었고, 아스팔트 바닥에는 상처에서 나온 피가 흥건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송씨는 목 졸려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은 송씨를 살해한 뒤 특정부위를 훼손한 것으로 추정된다.

옹벽 위 조그마한 화단에서는 송씨가 갖고 있던 화장품과 소형 우산 등이 발견됐다. 또한 현장 인근에서는 송씨의 교통카드와 현금이 들어있는 가방과 소지품을 불태운 흔적도 나왔다.

송씨가 숨진 채 발견된 곳은 5층짜리 아파트 4동 바로 뒤편 옹벽과 일렬 주차된 차량 사이의 비좁은 공간이다. 바로 맞은편에는 이 아파트 단지 놀이터가 있다. 숨진 송씨가 발견된 곳에서 20∼30m 떨어진 곳에는 이 아파트의 후문 경비초소가 있다.

송씨의 시신이 발견된 날은 이 아파트의 재활용 분리수거 날이었다. 당시 아파트 경비원 박모씨(63)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있는데 한 주민이 차를 타고 나가면서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 같다’고 말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아파트 옹벽과 일렬 주차장 사이에서 멋쟁이 할머니가 알몸으로 숨진채 발견됐다.

아파트 옹벽과 일렬 주차장 사이에서 멋쟁이 할머니가 알몸으로 숨진채 발견됐다.

■ 한밤중 혼자 귀가 모습 CCTV에 잡혀

엽기적으로 살해된 대추나무집 송씨는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노동일을 하는 남편과 단둘이 전·월세금을 받으며 생활했다.

송씨는 숨지기 전날인 8월18일 오전 친구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부천에 갔다. 친구들과의 모임을 마친 송씨는 이날 저녁 1호선 부천역에서 혼자 전철을 타고 인천지하철 임학역에 내려 집으로 걸어갔다.

이날 오후 10시56분쯤 계양구 병방시장 주변의 한 빌라 앞을 지나는 송씨가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그것이 생전 마지막 모습이었다. CCTV에는 송씨 이외에 이곳을 지나갔던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송씨는 시신으로 발견된 아파트 정문에서 50m 거리의 다세대 주택에 살았다. 송씨를 비롯해 이 아파트 정문 주변에 사는 동네 사람들은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이 아파트를 가로질러 다닌다. 아파트 단지 밖으로 돌아서 가는 것보다 시간이 훨씬 단축되기 때문이다. 송씨도 숨지기 전날 이 길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 관계자는 “밤늦은 시간에 혼자 걸어가는 송씨를 뒤따라가 성폭행 하려던 범인이 송씨가 반항하자 폭행한 후 잔인하게 살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멋쟁이 할머니가 살해된 곳 바로 앞에는 아파트 후문 경비초소가 있다.

멋쟁이 할머니가 살해된 곳 바로 앞에는 아파트 후문 경비초소가 있다.

■ 몽타주 속 40대 남성은 누구?

송씨가 엽기적으로 살해되자 계양경찰서는 임학파출소에 형사 8개 팀으로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현장에서 채취한 증거물 등에서 유전자를 확보하고 수사대상자들과 대조했으나 당시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과 일치하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또한 현장에서 부분지문을 채취, 감정 의뢰했으나 당시 지문의 형태가 불명확해 감정 불가 판정이 내려졌다.

경찰은 마약 투약자들이 환각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이 지역 마약 상습투약자들을 상대로 수사도 벌였다. 1년여 동안 현장 주변 등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했으나 특별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경찰은 시신 발견 전날인 8월18일 오후 11시쯤 40대로 보이는 남성이 아파트 주변을 서성거렸다는 목격자들의진술을 토대로 몽타주를 작성, 수사를 벌였다.

이 남성은 167㎝의 왜소한 체형으로 곱슬머리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얼굴에는 여드름 자국이 있는 곰보형으로 피부는 검다. 범행 당시에는 겨자색 남방에 하의는 검정계통의 긴 바지를 입었다. 이 남성은 오래된 검정색 가방을 메고 다녔다. 경찰은 이 남성을 강도살인 혐의로 수배했지만 신고도 없었고, 확실한 증거도 찾지 못했다.

■인천 12개 미제사건 중 범인 검거 가능성 높아 수사력 집중

인천지방경찰청 미제사건 팀은 뿌연 먼지가 쌓여 있던 병방동 대추나무집 할머니 사건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 계양경찰서에서 사건 일체를 인계받아 수사 서류와 당시 수거된 자료 등을 분석, 새로 개발된 수사기법에 대입하고 과거 증거물에 대해 유전자(DNA) 재감정을 하고 있다.

경찰은 당시 수사본부가 만들어 배포한 몽타주의 40대 조선족을 범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남성의 누나는 한국인과 결혼해 귀화했다. 경찰은 이 40대 조선족의 한국 생활에 대해 일거수일투족을 샅샅이 추적하고 있다. 이 남성은 중국으로 돌아가 현재 어디에 머무르는지 행적을 알 수 없다.

인천지방경찰청 미제사건 팀 관계자는 “범인은 할머니의 신체일부를 크게 훼손했지만 성폭행 한 흔적은 없었다”며 “증거 조사 등을 통해 몽타주 인물이 범인이라는 증거만 확보하면 곧바로 인터폴에 통보해 이 남성을 검거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인천지역 12개 미제사건 중 범인을 붙잡을 확률이 가장 높아 대추나무집 할머니 엽기 살인사건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 병방동 엽기 살인사건 제보는 인천지방경찰청 강력계 미제사건 팀(032-455-2854·2855)으로 하면 된다. 다음 미제사건은 충남 서천 카센터 방화 살해 사건이다.

▶[미제사건, 시그널을 찾아라](29)혈액형이 ‘AB형’인 그 놈…울산 단란주점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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