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소방헬기 추락 원인은 ‘기체 결함’?···“사고 당시 기상은 평상시 수준”

2019.11.01 15:37 입력 2019.11.01 15:42 수정

독도 인근 해상에서 31일 민간인 2명과 소방대원 5명 등 7명이 탄 소방헬기가 추락할 당시 기상 상태는 양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체 결함이 사고 원인일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지난 9월말 선착장이 위치한 독도 동도의 모습.|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지난 9월말 선착장이 위치한 독도 동도의 모습.|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1일 기상청·울릉군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사고 시각인 오후 11시20분부터 30분 사이 사고 현장의 평균 풍속은 초속 6.3m였다. 당시 서북서풍이 불고 있었으며, 독도 인근 부이에서 측정한 파도의 높이는 이날 오후 11시 기준 0.9m였다.

독도 기상관측 장비는 독도경비대가 있는 동도 정상 인근 등대 진입로에 설치돼 있다. 독도경비대는 헬기패드 바로 아래 쪽에 위치하고 있어, 헬기 이륙 당시의 기상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짐작할 수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울릉도의 10월 평균 풍속은 초속 6.1m이다. 이는 울릉도 인근 해상에서 측정한 수치로, 독도 동도 정상부가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상당국은 바람세기의 경우 4단계로 나눠서 심한 정도를 판단하고 있다. 초속 0~5m의 경우 낮은 수준이며, 초속 6~9m는 ‘약간 강한’ 수준으로 분류된다. 이어 초속 9~14m의 바람이 불 때 ‘강한’ 수준으로 보는 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헬기가 뜰 수 있는 상태였는지 여부 등에 대한 판단은 내릴 수 없다”면서도 “다만 사고 당시 독도에는 평년과 비슷한 수준의 기상 상태를 보였다”고 전했다.

독도 인근 해상에서 31일 추락한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헬기. 연합뉴스

독도 인근 해상에서 31일 추락한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헬기. 연합뉴스

사고 원인과 관련해서는 ‘기체 결함’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고 기종인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EC225 헬기는 2016년 3월 국내에 도입됐다. 항공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이 헬기에는 조종사 2명과 정비 및 항법을 담당하는 승무원 1명, 그리고 최대 승객 25명이 탈 수 있다. 적외선 탐색장비 등을 갖추고 있고 야간 비행이 가능한 대형 기종이다.

해당 헬기에는 20년이 넘는 경력의 공군 출신 베테랑 조종사 2명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22년 간 군에서 헬기를 조종했다는 예비역 출신 ㄱ씨(49)는 “EC225는 기체가 크고 대단히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해 사고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기종”이라면서 “통상 바다에서 헬기를 조종할 때는 육안으로 주변 지형지물을 살피는 ‘시계비행’을 하다가 이후 계기비행으로 바꾸게 된다”고 전했다.

이륙 직후 엔진출력을 최대로 높여 고도 2000~3000피트까지 높여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점도 기체결함이 의심스러운 부분이라고 ㄱ씨는 전했다. 시계비행(VFR·Visual Flight Rules)은 주변 가시 거리가 넓은 상태에서 조종사가 직접 눈으로 주변 장애물을 인식하여 비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다른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조종사의 착각(Vertigo·현기증)에 의해 사고가 났을 수도 있다. 조종사가 균형을 상실한 상태에서 조종을 하다 추락했을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독도에는 야간 시간대 바다를 비추는 등대 불빛만 켜져 있으며, 이외 비행 상황에서 조종사가 참고할 조명은 없다. 헬기 조종사에게 이러한 조명(비행참고점)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독도에서 최근 3년 간 야간 시간대 헬기를 이용한 구조 작업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조종사의 착각 가능성에 대해 ㄱ씨는 “조종사 2명 모두가 이러한 상태에 빠져서 운항을 할 가능성이 낮지 않겠느냐”면서 기체 결함에 무게를 실었다.

31일 오후 11시25분쯤 독도에서 환자와 보호자, 소방구조대원 등 7명이 탑승한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EC225 헬기 1대가 이륙 후 독도 동도 좌측 앞바다 200~300m 지점에서 해상으로 추락했다.

이를 경북경찰청 소속 독도경비대가 헬기가 바다에 추락하는 것을 보고 119에 신고했다. 독도경비대 관계자는 “이륙 후 헬기가 고도를 높여야 하는데 오히려 아래 쪽으로 향하더니 2분도 채 되지 않아서 바다로 추락했다”고 말했다.

앞서 독도경비대는 독도 남쪽 6해리(약 11.1㎞) 부근에 있던 홍게잡이 어선에서 “선원 1명이 작업 중 왼쪽 엄지손가락 첫 마디가 절단됐다”는 응급 상황을 접수한 후 119를 통해 헬기 지원을 요청했다. 환자는 타고 있던 어선을 이용해 헬기패드가 있는 독도 동도 정상부까지 이동한 뒤 소방헬기로 옮겨 탔다. 이 헬기는 대구에 있는 수지접합 전문 병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이륙했지만 바다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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