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리골목 42년 노포 ‘을지 OB베어’ 퇴거···강제집행 중 1명 부상

2022.04.21 09:59 입력 2022.04.21 17:55 수정

21일 서울시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한 서울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서 42년간 영업을 해 중소기업벤처부로부터 ‘백년 가게’로 인정받은 을지OB 베어 외벽에 용역 직원들이 경고문과 부동산인도집행조서를 붙이고 있다. 상가 임대계약 연장을 놓고 2018년 건물주가 제기한 명도 소송에서 패했던 을지OB베어는 그간 5차례의 강제집행을 막았지만 지난 밤 벌어진 6번째 강제집행은 막지 못했다. 이준헌 기자

21일 서울시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한 서울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서 42년간 영업을 해 중소기업벤처부로부터 ‘백년 가게’로 인정받은 을지OB 베어 외벽에 용역 직원들이 경고문과 부동산인도집행조서를 붙이고 있다. 상가 임대계약 연장을 놓고 2018년 건물주가 제기한 명도 소송에서 패했던 을지OB베어는 그간 5차례의 강제집행을 막았지만 지난 밤 벌어진 6번째 강제집행은 막지 못했다. 이준헌 기자

서울 을지로 노가리 골목을 42년간 지켜온 노포 ‘을지OB베어’가 법원의 6번째 강제집행 시도 끝에 퇴거됐다. 가게를 지키던 창업주 가족 1명이 강제집행을 막으려다 부상을 당하는 등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는 21일 오전 4시20분쯤 중구 을지OB베어에 70~100명의 용역 인력이 와서 퇴거를 강제 집행했다고 밝혔다. 법원이 고용한 용역은 가게 간판을 끌어내렸으며 내부 집기류도 모두 들어냈다. 가게를 지키려던 창업주 강효근씨의 외손주 최모씨는 다리 부분이 긁히는 부상을 입었다.

퇴거가 끝난 뒤 현장에선 20여명의 용역과 동수의 인근 상인, 시민단체 회원들이 대치했다. 가게 벽면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집행관사무소에서 강제집행을 실시해 부동산인도를 완료한 건물’이라는 경고장과 법원에서 발급한 ‘부동산인도집행조서’가 붙었다.

‘을지OB베어와 노가리골목의 상생을 위한 공동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집행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을지OB베어 사장 최수영씨(67)는 “지난 1월 노가리 골목의 만선호프 사장 일가가 을지OB베어가 입점한 건물 지분 70%를 매입했다”며 “보증금과 임대료를 인상하고, 을지OB베어가 그간의 강제집행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계속 장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상호 합의가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돌연 만선호프 측이 건물에 화장실을 새로 짓겠다면서 나가라고 했다는 게 최씨의 주장이다.

을지OB베어는 1980년 을지로3가 골목에서 개업해 처음으로 ‘노맥(노가리+맥주)’을 선보인 노가리 골목의 시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18년 을지OB베어를 ‘백년가게’로, 서울시는 2015년 노가리 골목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하며 을지OB베어를 “노가리 골목의 원조”라고 지칭했다.

2018년 임대계약 연장 문제로 세입자인 을지OB베어와 건물주간 분쟁이 시작됐다. 이후 건물주가 제기한 명도 소송에서 을지OB베어는 모두 패소했다. 법원은 5차례에 걸쳐 강제집행을 시도했지만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청계천생존권사수비상대책위원회 회원 등의 저지로 무위에 그친 터였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미래세대에게 보여줄 가치가 있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보전하기 위한 게 미래유산 제도”라며 “이 제도를 계속 시행하기 위해 서울시는 가게 보존을 위한 행정 조치나 제도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내몰릴 위기에 놓인 ‘백년가게’ 을지OB베어

21일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 위치한 노포 을지로OB베어를 상대로 한 법원의 강제집행이 이뤄졌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제공

21일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 위치한 노포 을지로OB베어를 상대로 한 법원의 강제집행이 이뤄졌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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