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환경 맞게 ‘시스템 개발’ 시급

2003.09.01 18:25

=[주5일시대 개막’(3)철저한 준비에 성패=

주5일 근무제는 사실상 이미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근로기준법상으로는 내년 7월1일부터 차등 시행하게 돼 있지만 이미 시행하는 기업도 있고, 일부 기업이 시행을 앞당길 경우 사회 분위기상 다른 기업들에 빠르게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주5일 근무제에 걸맞은 개별 기업의 발빠른 시스템화와 함께 환경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에 대해 정부의 세밀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전 준비 철저히=셋톱박스업체인 (주)서두인칩은 지난 7월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2년 전부터 시행한 토요 격주휴무제를 없애고 토요일은 완전휴무키로 했다.

기업환경 맞게 ‘시스템 개발’ 시급

그러나 직원 중 40%인 연구·개발직에는 밤샘 작업 등으로 똑같이 적용하기가 힘들다고 판단, 별도의 안을 마련했다.

여행사 하나투어는 5~8월중 시범실시에 이어 이달부터 토요휴무제에 들어갔다. ‘연습기간’ 동안 주말에 몇 명이 어디에 꼭 필요한지, 평일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했다. GE의 평택 사업장 등에서는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되 획일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사업장이나 직원 개인의 여건에 따라 요일 구분없이 주 5일씩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상황 달라=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월 현재 임직원 100인 이상 5,000여개 사업장 중 32.6%인 1,749곳이 월 1회 이상 토요휴무제를, 7.6%인 406곳이 토요일은 모두 쉬는 전주휴무제를 시행중이다.

대기업은 주5일 근무제에 비교적 느긋하다. 대안으로 자동화시설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시스템 보완에 주력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7월 ‘노경그룹’(노사조직)이 주축이 돼서 주5일 근무제 시행에 따른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다. 공장의 근무 형태에 따른 시스템을 다각도로 검토중이다. 지난해부터 4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위니아만도는 아예 1일부터 주 40시간 근무제를 시작했다.

경영팀 김만석 과장은 “임금 삭감없이 기존 생산성을 유지해야 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지만 분임조 활동을 강화하고 느슨했던 생산라인을 빈틈없이 운영하면 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근로인원에 따라 시행시기가 최대 2011년까지 늦춰졌지만 중소기업은 하도급 등 사업의 연계성이나 전체적인 주5일 근무 분위기 때문에 ‘중소기업 시행시점’은 별 의미가 없다며 울상이다.

서울 중곡동 세창정밀 문성이 사장은 “휴일에도 납품일을 맞추려고 일하는 형편인데 주말에 손을 놓거나 아니면 과중한 초과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니 사업할 자신이 없다”고 털어놨다.

또 경기 고양시에서 재생골재를 생산하는 인선이엔티 오종택 사장은 “사원들도 사회 전체 분위기 때문에 주말 근무를 꺼려할텐데 당장 휴일 대체를 위한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인프라 구축 시급=LG경제연구소 이지평 연구위원이 펴낸 ‘주5일 트렌드’에 따르면 앞으로 정규직·비정규직이 아닌 파트타임·프리랜서·이르바이트 형식의 인력 충원이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 및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탄력적 고용 형태를 선호할 것이란 분석이다. 인력공급업체 제니엘의 담당자는 “서비스·유통업뿐 아니라 제조업 쪽에서도 주말 채용 인력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상수 상무는 “기업에 따라 인력수급과 생산성에서 격차가 심하기 때문에 다양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사람에 의존한 생산성 향상에 한계가 있으므로 업무환경개선이나 생산자동화 등 인프라 구축이 밑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eggh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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