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못찾는 이랜드 사태 ‘使 무성의·정부 무능·법안 허점’

2007.08.01 18:23

비정규직 문제로 촉발된 이랜드 사태가 갈수록 꼬여만 가고 있다. ‘점거농성’ ‘공권력 투입 해산’이 악순환처럼 되풀이되고 있고, 노사 협상도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역할도 한계에 부닥쳤다. 이랜드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경직된 노사문화에 따른 신뢰상실이 크다는 지적이다. 독실한 기독교도인 박성수 이랜드 그룹 회장은 노동조합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고 있고, 이때문에 대화가 겉돌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출구 못찾는 이랜드 사태 ‘使 무성의·정부 무능·법안 허점’

이랜드 노조는 지난 2000년에도 비정규직을 둘러싼 갈등으로 265일간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여기에 조정 능력을 상실한 정부가 사태 장기화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직된 노사관계=지난달 10일부터 19일까지 4차례에 걸쳐 이랜드 노사는 대표자 교섭을 가졌다. 그러나 쉽게 대화는 진전되지 않았다. 대화는 겉돌았고 돌파구는 좁아졌다. 서로에 대한 비난만 있지 가슴을 터놓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노조를 경원시하는 이랜드 문화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박성수 회장은 실질적으로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 노조 활동하기가 독립운동하기보다 어렵다”며 “그러다보니 협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랜드 일반노조 김경욱 위원장과 홈에버 오상흔 대표가 얼굴을 마주한 것은 지난달 10일이 처음이었다.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한 것은 지난해 4월28일, 리모델링을 마치고 영업을 시작한 것은 그해 9월이었다. 사실상 대표가 노조를 무시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이랜드 관계자는 “까르푸 인수를 한 뒤에 매장 리모델링 등으로 눈코뜰 새 없이 회사가 돌아갔다”며 “대표가 노조위원장을 만날 시간도 없었고, 또 만나야 할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동반자가 아닌, 적대시 하는 관계에서 협상이 제대로 될 리 없다. 홈에버 사측이 “1년 유예기간을 두고 뉴코아의 외주화를 철회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불신 때문이었다. 1년 뒤 회사측이 실제로 외주화를 철회할 것인지 믿을 수 없다는 얘기였다.

노사 불신과는 별개로 이랜드가 비정규직법에 따른 기업측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도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랜드가 양보할 경우 겉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경총 등이 이랜드 사측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오락가락 정부=정부도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 중심을 잡지 못했다. 현재는 구경꾼으로 사태를 관망하고 있을 뿐이다. 사태 초기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사측이 성급하게 비정규직의 외주 용역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랜드 사측을 압박했다. 그러나 재계의 비판이 따르자 입장을 바꿨다. 민주노총이 이랜드 노조를 지원하고 나섰을 때는 난데없이 “제3자가 사태에 개입하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그리고 2차례나 공권력을 투입해 점거농성중인 노조원들을 강제 해산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사태의 근본원인을 해결하기보다는 눈앞의 현상을 없애는 데만 급급하면서 사태를 더 꼬이게 만들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허점투성이 비정규직보호법안=이랜드 사태의 원인은 비정규직 보호법이다.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면서 ‘대규모 계약해지’와 ‘외주화를 통한 간접고용 확대’를 가능하게 해줬다. 비정규직에게는 없으니만 못한 법이 된 것이다. 기업들은 외주용역화로 ‘탈출구’를 만들었다. 분리직군제도 역시 허술하다. 분리직군제로 정규직이 되더라도 타 정규직과의 차별 구조는 여전하다. 노사 양측의 눈치를 보다 누더기가 된 비정규직보호법의 한계가 시정되지 않는 한 이랜드 사태 역시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법 통과 때 이미 예고됐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9월 정기국회에서 비정규직법을 개정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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