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서 1일 해고된 홍미라씨 “10년간 근무, 설마 했었다”

2009.07.01 18:04
임현주기자

배신당한 희망…그냥 물러서지 않겠다

“공영방송인 KBS가 사회의 가장 약자인 비정규직을 하루 아침에 거리로 내몰 줄은 정말 몰랐다.”

KBS에서 1일자로 해고 통보를 받은 홍미라씨(35·여)는 울분부터 토해냈다.

홍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교 졸업 후 처음 몸담은 직장에서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았다는 충격에 지금은 허탈할 뿐”이라고 말했다.

홍씨는 지난 10년 동안 KBS 시청자센터 시청자서비스 상담사로 일했다. 근무여건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시청자들의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센터는 하루 3교대 근무체제다. 근무시간은 불규칙할 수밖에 없다. 주말도 따로 없다. 1년 365일 누군가는 시청자센터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쉬는 날도 그때그때 다르다.

홍씨는 “이렇게 일하고 받는 월급은 155만원 정도”라며 “월급은 많지 않았지만 ‘내 직장’이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았다”고 말했다.

2007년 비정규직법이 만들어졌을 때는 희망도 가졌다. 법의 취지대로라면 자신도 2년 뒤에는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생각해서다. 하지만 결과는 정규직 전환이 아닌 해고였다.

바쁘게 살다보니 결혼을 생각할 틈도 없이 10년이 흘러갔다는 그는 “설마 이런 일이 나한테 벌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벌이는 공방도 홍씨를 화나게 한다. 자신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생각지도 않고, 당리당략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 같아서다.

홍씨는 “지금 정치인들의 태도는 사람 목숨을 갖고 장난을 치는 것 같다는 느낌까지 줄 정도”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여당에서는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몇 년, 몇 개월 연장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우리에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진짜 필요한 것은 비정규직의 신분 연장이 아니라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누구는 날 때부터 비정규직이냐”고 되물었다.

홍씨는 “지금까지 비정규직법의 취지가 살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거리로 나앉게 됐다”면서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진 못했지만 어떻게든 대응 방안을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함께 해고된 17명의 동료들과 함께 사측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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