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유예’ 집착은 본말 전도

2009.07.01 23:45

비정규직법, 정규직 전환이 핵심이다

비정규직 문제가 우리 사회의 갈등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미 2년 전 예고된 ‘비정규직보호법’(비정규직 2년 고용 시 정규직 의무전환)이 1일부터 실질적으로 시행되면서다. 정부·여당은 즉각 “해고 대란” 우려를 제기하며 뒤늦게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서울 충정로 농협중앙회 앞에서 1일 사무금융노조 농협중앙회지부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창길기자>

서울 충정로 농협중앙회 앞에서 1일 사무금융노조 농협중앙회지부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창길기자>

하지만 정부가 그동안 ‘노동 유연화’를 앞세우면서, 정규직 의무전환 비율 설정 등 비정규직 해고 방지 및 전환을 위한 노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태도는 ‘모순’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오히려 시한에 몰려 자칫 비정규직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는 ‘법 시행 유예’(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만을 대책으로 제시, 정치권과 노동계로 책임을 넘긴 것이 전부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1일 고위 당정회의에서 “거의 70만명에서 100만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개정안 처리를)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다”면서 “비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도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지금 실업 불안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을 위한 법 개정 실패를 ‘개악’으로 규정하면서 그 책임을 정치권, 특히 야당에 돌린 것이다.

“해고 대란” 제기하며 실질적 대책 외면

실상 비정규직 해고 우려의 배경에는 정부·여당의 책임이 크다. 2007년부터 ‘비정규직법 후속대책위원회’에서 차별시정제도 보완 등을 논의해왔지만, 정부의 의지 부족으로 후속 보완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때문이다.

노동계에서 요구한 비정규직 차별 해소, 정규직 의무전환 비율 설정, 정규직 전환기금 대폭 확대, 대규모 해고 금지장치 마련, 간접고용 규제 강화 등 ‘해고 대란’ 방지를 위한 방안은 외면했다.

오히려 한국방송공사가 지난달 24일 비정규직 근로자 381명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등 정규직 전환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이 ‘해고 대열’에 가세했고, 정부·여당은 이를 ‘해고 대란’ 현실화와 사용기간 연장을 위한 법 개정 압박의 근거로 삼았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에서 비정규직, 즉 ‘노동’은 관심 밖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노동유연성 문제는 연말까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국정 최대 과제”(5월7일 비상경제대책회의)라며 ‘노동유연성’을 강조해 왔다. 노동유연성은 곧 ‘해고의 자유’로 연결되고, 정규직화와는 정반대다.

이는 정규직 전환을 준비하던 기업들조차 전환을 미루는 원인이 됐다. 실제 2006년까지 급증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수가 2007년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감소세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이른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천명은 아쉬운 부분이다.

김성희 한국비정규직센터 소장은 “숫자와 무관하게 해고자가 나오는 것이 법 시행의 부작용일 수 있지만, 이를 이유로 더 큰 부작용이 뻔한 ‘유예’를 주장하는 것은 본말 전도”라며 “정부는 고용기간 연장으로 미봉할 게 아니라 고용 사유제한, 실질적 차별 시정 등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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