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대신한 ‘기업복지’ 되레 양극화 원인

2011.05.11 21:57 입력 2011.05.12 15:07 수정

IMF 이후 소수 정규직만 혜택… 국가 제도로 편입 ‘불균형’ 깨야

국가복지가 빈약한 우리 사회에서 일정 부분 빈 자리를 대신 메워온 것은 기업의 복지였다. 기업이 자체 비용으로 직원들에게 급여 이외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월급통장에 꼬박꼬박 들어오는 돈처럼 시장임금의 일부로 볼 수 있다.

기업복지의 문제점은 모든 노동자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못했고 이것이 노동자 간 격차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이 격차는 더 벌어지기 시작했다. 산업별이 아닌 기업별 노동운동 체제가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규모가 크고 교섭력이 있는 정규직 노동조합은 지급여력이 있는 대기업으로부터 기업복지라는 과실을 얻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다니거나 비정규직인 경우에는 낮은 임금에 더해 낮은 기업복지 혜택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단적인 사례로 지적되는 현대자동차 사업장의 경우를 보자. 2009년 현대차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상에 따르면 정규직은 연금제도, 보육시설과 기숙사 이용, 의료비 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다. 회사는 또 3년 이상 근무한 조합원 자녀에 대해 중·고등학교 전 자녀, 대학교는 입학금과 등록금을 3자녀까지 전액 지원한다.

반면 사내하청 노동자에게는 이런 혜택이 거의 없다. 정규직이 회사에서 받는 복지 덕분에 개인적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데 비해 비정규직은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자기 돈을 써야 하는 구조다.

두 명 중 한 명이 비정규직이고 중소기업이 고용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의 노동시장을 감안한다면, 대부분은 낮은 사회임금에 낮은 기업복지 혜택을 받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중앙대 이병훈 교수(사회학)는 “스웨덴 등 유럽 노조의 경우 기업복지가 노동자 간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점을 인지하고 기업복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기업복지는 국가복지의 빈 자리를 메우는 역할을 하는 반면 노동자들에게 불균등하고 불안정한 혜택을 주는 한계를 갖고 있다. 노동자 내부의 소득격차를 완화하려면 기업복지를 국가복지 체제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장임금의 연장선인 기업복지를 국가가 제도적 틀 속에 흡수해 사회임금화(化)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 특별취재팀 최민영·송윤경·유정인·김지환·박은하 기자
■ 블로그 welfarekorea.khan.kr
■ 이메일 min@khan.kr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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