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타협 결렬

‘노동시장 개편’ 국회로 넘어갈 듯… 노동계 장외투쟁 ‘강경’

2015.04.08 22:13 입력 2015.04.08 22:17 수정

‘쉬운 해고’ 안건 놓고 노사정 배수진이 결정타

당분간 ‘마이웨이’… 정부, 오늘 공식 입장 발표

노사정 대화가 8일 결렬된 것은 ‘쉬운 해고’ 안건을 놓고 노사정이 배수진을 친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정규직 과보호’를 쟁점화하면서 일반 해고 가이드라인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문제를 합의문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노동계는 “저성과자 해고는 기업들이 악용할 수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낮은 수준의 합의’를 거부한 정부와 ‘해고 안건 배제를 노조의 존재 이유’로 매김한 한국노총의 동상이몽이 끝내 파국을 맞은 셈이다.

노·정 모두 대화의 마지막 끈은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한쪽이 180도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협상의 물꼬가 다시 열리기는 힘들어졌다. 정부는 자체적으로 짠 노동시장 개편안을 국회에 넘기고 민주노총은 4월 파업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타협 테이블이 걷어지면서 노·정 간 대치는 양대 노총이 대형 집회를 예고한 5월 노동절까지 계속 가팔라질 공산이 커졌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노사정 대타협 결렬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노사정 대타협 결렬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 얼굴 붉히며 돌아선 노사정

노사정 대화가 파국을 맞은 것은 일반 해고 요건 가이드라인 마련,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 ‘쉬운 해고’ 쟁점에 대해 노동계의 현장 반발과 경계심이 컸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11월 “정규직 과보호 때문에 기업이 겁이 나 인력을 뽑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쉬운 해고 논란이 빚어졌고, 본격적인 노사정 대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전선이 선명하게 그어졌다. 노사정 협상 과정에서 근로시간 단축이나 통상임금 법제화와 같이 일부 의견 접근이 이뤄진 부분도 있지만 핵심 쟁점이 풀리지 않으면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앞서 7일 밤에 열린 4인 대표자회의에서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마지막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에게 8일 열리는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위임을 받아오면 일반 해고·취업규칙 안건을 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보겠다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노총 내부에서 ‘위임은 불가능하다’는 여론이 컸던 만큼 김동만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와 청와대 역시 핵심 쟁점을 제외하지 말고 합의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협상에서 다뤄지고 있는 일반 해고·취업규칙·임금체계 개편 등 주요 쟁점은 집단적 노사관계가 아니라 개별 노동자의 고용·임금에 직결되는 문제”라며 “한국노총 상층부가 달리 가려고 해도 운신의 폭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부터 노동계가 받아들이지 못할 방안을 정부가 밀어붙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사정 대타협 결렬]‘노동시장 개편’ 국회로 넘어갈 듯… 노동계 장외투쟁 ‘강경’

■ 4월 노동시장은 시계 제로

정치적 부담이 커진 노동부는 한국노총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노총 입장에 변화가 없으면 대화는 더 이상 어려워보이고 각자 제 갈 길을 갈 것 같다”며 “현재 노동부 내부 정서를 비유 하자면 노동부에 ‘한국노총 출입 금지’라고 써붙이고 싶을 정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청년실업 해결 등 노동시장 구조개선 필요성은 여전히 있는 만큼 합의가 안돼도 정부는 국민 동의를 바탕으로 구조개선 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함께 가는 게 멀리 가는 것인데 당사자들이 함께 가길 거부하니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9일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향후 당정협의를 거쳐 노동시장 구조개선 방안을 국회로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논의 과정도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공공부문에 대한 압박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내놓은 2단계 공공부문 정상화 대책은 공공기관에 성과 연봉제, 저성과자 퇴출제도, 임금 피크제 등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맞서 장외 투쟁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한국노총은 전국단위노조대표자대회 및 총력투쟁 출정식,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 및 생존권 사수를 위한 5·1 전국노동자대회’를 잇달아 개최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4월 총파업을 통해 노동시장 구조개악 시도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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