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또 일어난 CJ대한통운 터미널, 노동부가 이미 근로감독한 사업장...당국 뭐했나

2018.11.01 12:05 입력 2018.11.01 16:23 수정

CJ대한통운.사진·연합뉴스

CJ대한통운.사진·연합뉴스

사고로 노동자가 숨지자, 고용노동부가 나서서 근로감독을 했다.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같은 곳에서 또 다시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번에도 대책은 ‘근로감독’이다.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이 허술하게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노동부는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CJ대한통운의 전국 물류터미널을 대상으로 오는 8일부터 29일까지 3주간 기획감독에 착수한다고 1일 밝혔다. CJ대전터미널에서는 지난달 29일 화물트럭에 물건을 싣던 하청업체 직원이 트레일러에 끼어 숨졌다. 기획감독은 사망사고가 여러번 일어나는 등 재해 위험이 큰 것으로 드러난 사업장을 골라 노동부가 실시하는 근로감독이다. 노동부는 “기본적인 안전관리 소홀로 인해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것에 따른 특별 조치”라고 설명했다.

같은 터미널에서 지난 8월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이 감전돼 숨졌다. 그 사고 뒤 노동부는 대전터미널 특별근로감독을 했고, 두 달간의 부분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행정조치가 끝나자 마자 또 사고가 났다. 노동부는 다시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이 터미널뿐 아니라 이곳과 작업 방식이 같은 전국 CJ 물류터미널 12곳의 안전보건 조치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터미널마다 근로감독관을 포함한 5명 내외의 전문가를 보내 컨베이어·화물트럭·지게차 등의 안전조치가 제대로 돼 있는지 살핀다. 노동자 안전보건 교육, 중량물 운반 등 근골격계 유해 요인도 집중 조사한다.

노동부 산업안전과 고광훈 과장은 “시설·장비 안전 조치가 적정하지 않거나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노동자 안전보호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면 바로 사법 조치나 과태료 부과를 하고 안전보건진단 등을 명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조사는 근로감독 때 당연히 하게 돼 있는 것들이다. 이번엔 노동부의 대응이 ‘특별감독’에서 ‘기획감독’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사고가 발생한 작업과정과 설비에 대해서는 근로감독을 통해 개선명령을 내린다고 해도, 원청업체가 사업장 관리를 책임지면서 전반적인 안전 수준을 끌어올리지 않는 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한 대전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당시엔 감전 사고였기 때문에 전기설비 위주로 근로감독을 했고, 전기설비 보완내용을 담은 재발 방지대책을 제출받아 이행하는지 살핀 후 작업중지를 풀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엔 전기설비가 아닌 다른 작업과정에서 사고가 났다. 노동부는 기획감독 계획을 밝히면서 이제서야 CJ대한통운 측에 ‘본사 차원’의 재발방지 계획을 내라고 요구했다.

노동계에서는 하청에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구조와 당국의 미흡한 사고 대응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31일 성명을 내고 “CJ대한통운 허브물류센터는 벌써 두 번이나 특별근로감독이 실시돼 각종 안전 위반사항이 드러났다”면서도 “또다시 안타까운 죽음이 생긴 것은, 사고 때마다 하는 특별근로감독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택배노조는 “사망사고가 이어져도 CJ대한통운은 늘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겨왔다”며 “위험을 외주화하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사고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원청 책임을 강조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사망사고가 난 사업장 경영주의 처벌을 현행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서 ‘10년 이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높였다. 그러나 솜방망이 처벌을 막기 위해 ‘징역 1년 이상’이라는 ‘처벌 하한선’을 두자는 노동계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2월 입법예고됐을 때에는 이 조항이 있었으나 기업들 반발에 삭제했고, 그 대신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를 지키지 않은 노동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조항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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