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공기업, 근거 없이 “여성 힘든 업무”…공고 안 내고 ‘친·인척 고용’

2019.09.30 22:36 입력 2019.09.30 22:40 수정

감사원, 5개 공기업 채용 실태 감사 보고서

5개 공기업, 근거 없이 “여성 힘든 업무”…공고 안 내고 ‘친·인척 고용’

서울교통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전KPS,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5개 공기업이 정규직·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불투명한 비정규직 채용과 평가 없는 정규직 전환 등 다수의 문제점이 적발됐다. 특히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탈락시키거나 청탁 등을 통해 기존 재직자의 친·인척을 선발한 사례가 확인됐다.

■ 깜깜이 채용 후 일반직 전환

감사원이 30일 공개한 ‘비정규직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옛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는 2016년 7월 전동차 검수지원 분야 및 모터카·철도장비 운전 분야의 무기계약직을 공개채용하면서 114명을 모두 남성으로 뽑았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 서울메트로는 아무 근거 없이 ‘여성이 하기 힘든 업무’라는 이유로 면접전형 때 합격권에 속했던 여성 지원자 6명의 점수를 조작해 일괄 탈락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교통공사가 지난해 3월 무기계약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한 1285명 중 72명이 불공정한 채용 절차를 통해 기간제나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옛 서울도시철도공사는 45명을 기존 직원의 추천을 받아 면접 등 간소한 절차만 거쳐 기간제로 뽑았다.

서울메트로 무기계약직 채용
임직원들, 업체에 미리 청탁

서울메트로가 ‘구의역 사고’ 수습 대책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한 위탁업체 직원 14명은 서울메트로 임직원의 친·인척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무기계약직 직접고용 계획을 미리 알고 위탁업체 간부 등에게 청탁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불공정하게 입직한 72명 중 기존 재직자와 4촌 이내 친·인척 관계는 33명이었다. 전체 일반직 전환자 1285명 중 친·인척 관계는 192명(14.9%)으로 33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앞선 채용 과정에 문제는 없었다.

다만 감사원은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일반직 전환 과정에서 지방공기업법 등에 따라 능력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무기계약직이 일반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요건에 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며 “입직 경로가 불공정하거나 근무태만 및 폭행 등의 이유로 징계처분을 받은 사람도 정규직 전환에 부당하게 편승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을 해임 조치할 것을 서울시장에게 통보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시대적·역사적 과제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반해 공사의 정규직 전환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한 부분에 대해 깊은 아쉬움과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감사원에 재심의를 청구할 계획이다.

■ 친동생에게 면접 최고점 부여

인천공항공사·산업인력공단
공고 절차 없이 ‘무더기 고용’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7년 12월 협력사가 비정규직으로 채용한 3604명을 대상으로 채용 과정의 공정성을 따지지 않고 전원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 포함시켰다. 특히 44명은 협력사 간부급 및 공항공사 임직원의 친·인척으로, 비공개로 채용됐거나 내부 위원만으로 면접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박완수 전 공사 사장(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2015년 12월 자신의 조카사위를 직장예비군 참모(계약직)로 최종 합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LH 면접관, 친동생에 최고점

LH는 2017년 4월 기간제·파견노동자 등 비정규직 채용 때 공사의 부장이 면접 평가위원장으로 참여해 자신의 친동생에게 최고점을 부여하는 등 친·인척 5명을 부당 채용했다. 이들 모두 2017년 12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한전KPS도 관련 지침과 달리 채용공고를 하지 않은 채 임직원 친·인척 등 비정규직 75명을 채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014년 이후 채용공고 등의 절차 없이 직원의 친·인척 등 14명을 기간제 노동자로 뽑았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5개 공기업에 임직원 72명에 대해 징계 등 신분상 조치를 요구하고, 이 중 29명은 검찰에 수사 요청하거나 수사 참고자료로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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