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사업장·프리랜서·봉제인공제회…근로기준법 밖의 노동자도 뭉치고 외친다

2020.02.18 22:22 입력 2020.02.19 15:21 수정

꿈틀거리는 대안 노동운동

지난 5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찾기 플랫폼 -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 개통식이 열렸다(위 사진). 지난해 11월17일 봉제인공제회가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에서 창립대회를 열고 정식 출범했다(아래). 이준헌·강윤중 기자

지난 5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찾기 플랫폼 -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 개통식이 열렸다(위 사진). 지난해 11월17일 봉제인공제회가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에서 창립대회를 열고 정식 출범했다(아래). 이준헌·강윤중 기자

한국의 노동운동은 산업화·민주화와 함께 성장했다. 대공장 남성 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먼저 노동조합 조직화가 이뤄졌고 협상력이 커지면서 이들의 임금과 노동권은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10명 중 9명에 달하는 미조직 노동자들은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고 노동계급 내 격차는 단시간에 극복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노조의 유무가 노동자로서 누릴 권리 차이로 이어진 것이다. 최근 노조 내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특고), 여성 등의 비율이 확대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소수다.

노조 조직률, 사업장 규모별 차이
300인 이상은 절반 넘었지만
100~299인 10.8% 30인 미만 0.1%

이는 사업장 규모별 노조 조직 현황을 보면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전년보다 1.1%포인트 증가한 11.8%로 나타났지만 사업장 규모별로 차이가 컸다. 300인 이상은 절반을 넘었지만, 100~299인 10.8%, 30~99인 2.2%였고, 30인 미만은 0.1%였다. ‘공장제 노동’에 기반을 둔 노동운동은 기술변화에 따라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단속적 일자리가 늘어나는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면 동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조건에 처했다.

플랫폼노동 확산으로 인한 노동권 후퇴 우려에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는 ‘노조 할 권리 보장’이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흩어져 일하는 플랫폼노동자들이 단결하고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해 이를 업종 전체 노동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별 노조 중심인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노동운동도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올해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노동권 사각지대에 방치돼왔던 노동자들을 노조로 묶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대표를 맡은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는 근로기준법의 예외인 5인 미만 사업장, 프리랜서, 특고, 플랫폼노동자 등 조직화에 나섰다. 취약한 노동조건에 처한 노동자들이 소통하며 함께 권리를 찾아나가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민주노총도 올해 투쟁 기조를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보장, 사회 양극화·불평등 해소를 위해 투쟁하는 100만 전태일’로 잡았다.

기업별 노조 운동 의존서 탈피
서로 소통하며 권리 찾기 나서

전태일 열사가 일했던 봉제공장 노동자들은 2018년 노조를 결성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노조 산하에 상조·의료·소액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봉제인공제회를 만들었다. 노조와 공제회를 결합한 ‘노동공제회’는 국내 첫 시도다. 봉제노동자들은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근로기준법상 권리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자이자 영세사업장 사장이기도 해서 노동권을 요구할 곳조차 마땅치 않다. 이들은 서울시와 사용자단체가 참여하는 3자 협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정을 주도한 ‘직장갑질119’는 주로 노조 없는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노동권 상담을 제공하며 노조 결성을 지원한다.

한석호 전태일재단 기획실장은 “전통적 노조운동 방식으로는 조직화가 어려워 노동공제회와 사회연대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전태일 사업도 ‘밑바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평등과 연대의 가치를 복원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녹아내리는 노동]5인 미만 사업장·프리랜서·봉제인공제회…근로기준법 밖의 노동자도 뭉치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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