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람이지 알고리즘이 아니다’ 아마존 CEO에 편지…
레브의 ‘수수료 변경’트위터로 문제제기…우버 운전자들, 동시 ‘로그아웃’
플랫폼노동자들은 온라인으로 뭉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정보를 공유하고,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캠페인을 벌인다. 때로 소비자도 노동자 편에서 함께 기업을 압박하기도 한다. 전통적 노동조합이 아닌 주체가 요구를 관철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 힘의 불균형에 균열을 내고자 한다. 신기술의 시대엔 그 기술이 그들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2014년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 앞으로 크리스마스 편지 보내기 운동’은 크라우드소싱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낸 사례다. 디지털 노동을 헐값에 제공하던 아마존 메커니컬터크 작업자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이 같은 운동 방식은 웹사이트 ‘다이나모’에서 투표를 통해 결정됐다. 작업 노하우 공유를 위해 작업자들이 운영하던 온라인 커뮤니티와 대학 연구진이 공동으로 만든 것이었다.
“나는 사람입니다. 최저가 입찰을 위해 존재하는 알고리즘이 아니고요.” 운동을 이끌었던 캐나다 작업자 크리스티 밀런드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일방적 계정 비활성화 조치에 영문도 모르고 ‘해고’당한 많은 작업자들도 편지를 보냈다. 서로 모르는 이들의 ‘연대’에 언론은 주목했다. 그러나 베이조스는 끝내 답장을 하지 않았다. 아마존은 작업자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을 방해까지 했으나, ‘노동자’가 아닌 ‘작업자’들의 단체행동을 보호할 법이 없어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시도는 계속됐다. ‘코워커’(https://home.coworker.org)는 노동자들이 온라인에서 단체를 결성하고 고용주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도록 돕는 웹사이트다. 누구나 캠페인을 벌일 수 있고 소비자도 서명운동에 동참시켜 기업을 압박한다. 스타벅스 직원들은 2014년 이곳을 통해 매장에서 문신 노출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고 임금 인상, 육아휴직 규정 변경까지 관철했다. 여성 트럭 운전사 네트워크도 이곳에서 조직돼 업계의 성차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문제제기도 활발하다. 녹음파일을 활자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레브의 작업자들은 지난해 회사가 수수료 지급 규정을 일방적으로 바꾸자 트위터를 통해 문제제기했다. 주 고객인 언론사들과 유명 저널리스트가 불매를 선언하자 결국 임원이 직접 사과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레브 작업자가 동료 작업자들과 의식 있는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시스템을 이용하기도 한다. 2016년 영국 런던에서 배달 플랫폼 딜리버루 라이더들이 임금 관련 계약 변동에 항의해 파업을 벌였다. 라이벌 기업 우버이츠 라이더들도 참신한 방식으로 가세했다. 당시 우버이츠는 새 고객에게 첫 주문 시 5파운드를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었다. 파업자들이 계속 새 계정을 만들어 저가 음식을 주문했기 때문에 파업 현장에는 우버이츠 라이더도 속속 모일 수 있었다. 더불어 우버가 낸 비용으로 다량의 무료 음식까지 배달됐다.
우버 운전자들은 앱에서 동시에 로그아웃하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이 운전자가 부족하다고 여기도록 유도해 가격을 올릴 수도 있다. 영국 가디언 잭 셴커 기자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의 불안정성은 그 자체로 투쟁을 위한 연료가 된다. 임금이 낮아지고 노동이 임시화될수록 그 극단에 있는 사람들은 반격함으로써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다.”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한 노력도 계속된다. 우버 운전자가 왓츠앱 같은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고, 인터넷 게시판에서 영수증과 월소득 집계 등 세부사항을 공유한 덕분에 회사의 비밀등급 시스템과 운전자 파견 알고리즘 작동 방식이 일부 드러날 수 있었다.
부스러기처럼 흩어져 일하는 중에도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낸다는 게 연구자들의 결론이다. “고스트워크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온디맨드 플랫폼이 아닌 별개의 공간, 가령 커뮤니티 게시판, 스카이프,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등에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거나 마치고, 서로를 응원하고, 일자리 정보를 공유하고, 성공하는 법을 서로 조언한다.” 이들을 엮어내는 것은 사측과의 협상을 돕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일의 생산성 자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고스트워크> 저자 메리 그레이와 시다스 수리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