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 심야 운송 업무 중 또 숨져…유족 “과로사” 주장

2020.10.22 13:50 입력 2020.10.22 21:28 수정

이틀 또는 사흘씩 작업한 이후 다시 오후 출근하다 참변

올해 13명 희생…대책위 “휴식 없이 장시간 노동 시달려”

택배 업무에 종사하던 노동자가 또 한 명 사망했다. 올해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노동자가 13명으로 늘었다. CJ대한통운 소속만 6명째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택배물품을 운반하던 A씨(39)가 지난 19일 밤 경기 광주시 CJ대한통운 곤지암허브터미널 간이휴게실에서 쓰려진 뒤 사망했다고 22일 밝혔다. 경기 광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뒤 20일 새벽 숨졌다. 대책위는 A씨의 근무일지와 유족의 설명을 토대로 “명백한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A씨는 택배를 싣고 CJ대한통운의 허브터미널을 오가는 대형화물차, 일명 ‘간선차량’을 운행하는 운송노동자였다. 대책위는 간선차량 운전자는 차량 부족으로 격무에 시달리며 주로 야간과 새벽에 근무한다고 했다. 트럭이나 간이휴게실 의자 등에서 쪽잠을 자며 며칠씩 집에 들어가지 않는 일이 흔하다. A씨는 18일에도 출근한 지 20시간 뒤에야 귀가했다가 5시간 뒤 바로 출근한 것으로 대책위는 파악했다. 마지막으로 출근한 지 약 7시간 뒤인 19일 오후 11시50분, A씨는 쓰러졌다.

그는 지난 추석 연휴 기간부터 한 번 출근하면 이틀 또는 사흘씩 귀가하지 못한 채 장시간 노동을 했다고 대책위는 설명했다. 지난 12일에는 오후 4시 출근해 3일 뒤인 15일 오후 2시 귀가했다가, 2시간 뒤인 오후 4시에 다시 출근했다고 한다. 집에 2시간 정도 머무르다 출근해서는 이틀 뒤인 17일 오후 1시 퇴근하기도 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급증해 노동시간이 평소보다 50% 이상 늘어났던 것으로 대책위는 파악했다.

대책위는 “고인은 주로 야간시간에 근무하면서 불규칙한 근무시간에 제대로 된 휴식 없이 며칠 동안 시간에 쫓기는 업무를 해왔다”며 “고인의 죽음은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에 따른 명백한 과로사”라고 밝혔다.

A씨는 CJ대한통운의 택배만 운송했지만 CJ대한통운과 계약한 협력업체와 다시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산재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진경호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간선차량 운송노동자는 형식상으로는 개인사업주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전속성(한 회사에 속함)과 노동자성이 강한 직종”이라며 “특수고용직 중 택배기사,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등 14개 직종만 산재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택배를 운반하지만 ‘배송기사’가 아닌 ‘화물운전자’는 산재 가입에서 비껴나 있다”고 설명했다.

A씨의 죽음으로 이달 들어서만 택배업계 종사자 5명이 사망했다. 4명은 과로사로 추정되며 1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8일에는 서울 강북구에서 배송업무를 하던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김원종씨(48)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 12일에는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택배 포장 지원 업무를 담당하던 20대 장모씨와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에서 근무하던 김모씨(36)가 숨진 채 발견됐다.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일하던 B씨는 생활고 등에 시달리다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20일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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