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한 고 서지윤 간호사, 업무상 재해 인정

2020.11.09 18:00 입력 2020.11.09 21:11 수정

근로복지공단 “과로 누적에 정상적 인식 능력 저하된 상태”

‘재가 될 때까지 괴롭힌다’는 병원 내 악습인 ‘태움’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지윤 간호사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서 간호사의 유족이 제출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에 대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다고 9일 밝혔다.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던 서 간호사는 지난해 1월 ‘병원 직원들에게는 조문도 받지 말라’는 유서를 남긴 채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서울시 산하에 만들어진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 진상대책위원회’(진상대책위)는 6개월간의 조사 끝에 서 간호사가 업무와 상관없는 파견근무를 해야 했고, 필요한 책상과 컴퓨터도 지급받지 못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업무상질병판정위는 지난달 29일 심의회의를 열어 유족과 대리인의 진술을 청취하고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 “(서 간호사가) 업무 및 직장 내 상황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이 인정되고,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됨에 따라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병원 ‘직장 내 괴롭힘’에 산업재해 판정이 난 것은 2018년 2월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선욱 간호사에 이어 두 번째다. 박 간호사에 이은 서 간호사의 죽음으로 선배 간호사가 후배를 가르치며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병원 내 악습인 ‘태움’ 문화와 열악한 근무조건에 대한 개선 요구가 본격화됐다. 시민사회의 요구로 꾸려진 진상대책위는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에 간호인력 노동환경 개선, 괴롭힘 등 고충처리 개선 방안, 서울의료원 인적 쇄신 등 34개의 권고안을 이행하라고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산재 결정에서 드러났듯 서 간호사의 죽음은 개인적 죽음이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이자 평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조건, 구조적 괴롭힘에 의한 죽음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이 사망하기 수개월 전부터 비합리적인 인사명령이 집중적으로 쏟아졌고, 그에 따라 만성적인 과로와 괴롭힘에 의한 스트레스, 우울감을 호소했으나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병원 내 장치는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시민대책위원회는 “서울의료원은 서 간호사의 죽음에도 해당 간호관리자를 경징계만 했고, 진상대책위 권고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더 이상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간호사들이 고통을 겪지 않도록 권고안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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