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낱같은 희망 잡고, 우리도 살려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이러는 거예요”

2023.12.01 16:02 입력 2023.12.01 16:04 수정

[금주의 B컷]“실낱같은 희망 잡고, 우리도 살려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이러는 거예요”

찬 바람이 부는 서울역 고가에 ‘일하고 싶다’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정규직이 되고 싶으면 지금까지 일한 것과 상관없이 시험을 보라’고 말을 바꾸자, 하소연할 곳 없는 고객센터 직원들이 기습적으로 내건 현수막이다.

이들은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단절을 겪거나, 호텔 요리사로 일하다 과로로 건강이 상해 퇴사한 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취직했다. 하지만 건강보험 관련 자격 시험과 부과·징수·보험 급여·장기요양 등 입사 시험을 봤으나, 2년마다 계약을 맺고 최저임금 수준의급여를 받는 비정규직이다. 민원인들의 갑질과 폭언은 일상이었고, ‘성과 압박’은 어깨를 짓눌렀다. 화장실에 간 지 5분만 지나도 팀장이 직접 화장실로 데리러 오는 상황에서 휴식 시간은 언감생심. 그렇게 4년을 버티며 전문성을 쌓아 ‘파트 리더’로서 신입사원 교육까지 맡았던 이도 있다.

노사는 ‘소속 기관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지만, 공단은 말을 바꿔 “공채시험을 다시 보라”고 했다. 고객센터 직원 1600여명 중 700명이 다시 공채시험을 봐야 한다. 노동자들은 대량 구조조정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하며 지난달 1일부터 파업에 나섰다.

노동자들이 현수막을 걸자 서울로7017 보안관들이 제지하며 실랑이가 벌어졌다. 현수막은 시위 시작 15분 만에 걷혔다. 찬 바람 속에서 떨리는 손으로 필사적으로 현수막 줄을 잡은 노동자가 손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도 살려고 하는 거예요.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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