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인상 근거 ‘앞뒤가 안맞네’

2011.03.01 21:15 입력 2011.03.01 22:55 수정
김준일 기자

언론·시민단체가 지적하는 문제점

KBS 수신료 인상 근거 ‘앞뒤가 안맞네’

한나라당이 지난달 말 국회에 상정된 KBS 수신료 인상안을 여야 합의 처리하겠다고 밝히면서 수신료 인상은 이번 회기 중엔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KBS 인상안 자체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것이 언론계 및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이다. KBS는 ‘30년 만의 수신료 인상’ ‘공영방송 재원 마련 및 공정성 강화’ ‘디지털TV 전환’ 등을 수신료 인상의 주요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KBS의 주장엔 모순점이 적지 않다. 현재 KBS 수신료 인상안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본다.

(1) 30년 만에 인상 주장하지만 TV 대수 늘면서 징수액 증가

국내 수신료(청취료·시청료)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로 올라간다. 경성방송국 시절 라디오 청취료는 1원이었으며 1946년 체신부령1호를 통해10원으로 올랐다. 63년 정부는 ‘국영TV방송사업운영에 관한 임시조치법 시행령’에 의거해 월 100원의 ‘텔레비전방송시청료’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이후 시청료는 몇 년 단위로 인상됐고 81년 컬러방송이 시작되면서 시청료는 월 2500원으로 조정됐다. 김인규 KBS 사장은 “30년 동안 강산이 세 번 변했지만 수신료만 변하지 않았다”며 인상의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다. KBS의 주장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수신료 수입규모에 큰 차이가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KBS 수신료는 부과대상 증가로 총 액수에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81년 전국에 약 600만대였던 TV는 2009년 약 2100만대를 기록해 징수대상이 248% 증가했다. 또 94년 한국전력에 징수를 위탁하면서 88년 44%까지 떨어졌던 수신료 징수율은 99%까지 올랐다. 최근 5년 만에 KBS 수신료는 452억원이나 증가(2005년 5246억원, 2010년 5698억원)했다. 따라서 30년간 오르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KBS 수신료 인상 근거 ‘앞뒤가 안맞네’

(2) 공영·공정성 훼손 논하지만 돈아닌 정권에 의한 훼손

KBS 측은 “공영성 강화를 위해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원 독립이 안돼 자본권력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KBS의 공영성·공정성 훼손 문제는 자본권력보다는 정치권력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언론계의 중론이다. 지난달 17일 방송통신위원회 의견청취 회의에서 “자본권력으로부터 공영성이 훼손된 사례가 있느냐”는 양문석 상임위원의 질문에 김 사장은 제대로 답변을 못했다.

KBS는 최근 구제역 등 정부에 불리한 보도는 거의 하지 않고 있으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 수주 등 정권 홍보엔 앞장서고 있다. KBS의 정치적 편향성 및 편파성은 ‘5공시절 땡전뉴스’를 방불케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KBS가 공정성 논란에 휩싸 인 만큼 수신료 인상에 앞서 공정성 확보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언론단체들의 주장이다.

(3) 디지털 전환에 돈 든다지만 전환 뒤까지 올려받아야 하나

KBS는 2014년까지 디지털 전환 완수를 위해 547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현재 재원으로는 4000억원 규모의 차입 경영이 불가피해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은 1회성 예산이다. 디지털 전환 이후 유지·보수비용이 들긴 하지만 현재 재원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수신료를 1000원 올릴 경우 연간 2000억원의 수신료 수입이 증가한다. 내년부터 수신료를 인상할 경우 3년이면 6000억원이 늘어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재원은 충당된다. 문제는 이후 수신료 인상분의 사용처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당 측 송도균 방통위 상임위원도 “수신료 인상 후 공영성 강화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디지털 전환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면, 수신료를 올리지 말고 국회 예산으로 처리하자”(양문석 위원)는 주장도 있다.

게다가 KBS 이사회는 수년 동안 ‘방송시설 디지털화’ 예산을 책정했지만 KBS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다. 69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2009년엔 421억원의 디지털화 예산 중 144억원만을 집행해 34.3%의 집행률을 기록했다. KBS가 수신료 인상의 명분을 위해 미리미리 전환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KBS 수신료 인상 근거 ‘앞뒤가 안맞네’

(4) 재정 악화 걱정된다지만 방통위서 계산하니 되레 흑자

KBS는 방통위에 제출한 중기 수지전망에서 2014년까지 4539억원의 누적적자가 발생한다고 예측했지만 방통위 계산 결과 같은 기간 548억원의 누적흑자 달성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분석을 통해 5000억원대의 금액 차이가 나지만 KBS는 “기준의 차이”라는 말로 얼버무렸다.

KBS는 지난해 43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2009년엔 693억원의 흑자, 2008년엔 765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KBS의 경영수지는 널뛰기다. 2009년 이병순 사장 시절 예상보다 많은 흑자를 기록하자 사원들에게 수십억원대 보너스를 지급해 흑자를 축소하려고 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에 따르면 2009년 KBS의 인건비성 비용(인건비·복리비·후생비·법정부담금)은 매출원가 대비 44.6%로 높은 상황이다. 먼저 합리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불필요한 경비를 줄인 뒤 수신료 인상을 국민에게 요청하는 것이 순리에 맞다는 지적이다.

(5) 방통위는 ‘억지 의미’ 부여… 종편 챙겨주기 비난 자초

방통위는 지난 18일 전체회의에서 “KBS 수신료 인상안이 공영성 강화와 콘텐츠 질 향상에 미흡해 인상 근거가 충분치 않은 측면도 있다”며 “그러나 공영방송 재원구조 정상화의 첫 단추를 끼운다는 의미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며 수신료 인상안을 승인·의결했다.

KBS는7 보고서를 통해 2014년까지 6635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주장했지만, 방통위 분석 결과 이 중 1812억원 절감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문제가 많았다. 그러나 ‘정치적 이유’로 KBS 수신료 인상안은 통과됐다.

결국 수신료 인상은 KBS 광고 축소를 통해 ‘종편 먹거리 챙겨주기’를 위한 정략적 판단이라는 비판을 받게 됐다. KBS는 지난해 국정감사의 ‘수신료 인상 시 재원구조’ 전망에서 수신료 인상 시 광고 수입을 2010년 5830억원에서 2014년 5386억원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위해 광고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명분이지만, 결국 종합편성방송채널 사업자인 친여 보수언론 조선·중앙·동아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광고 비중을 줄이겠다는 의사표현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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