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주요면 통해 종편 홍보해도 시청률은 대부분 0%대

2012.01.03 19:35 입력 2012.01.04 01:22 수정
유인경 선임기자

지난해 12월1일 개국한 종합편성채널(종편)이 한달 동안 받은 성적표는 초라하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탄생’이란 거창한 구호로 출발했으나 시청률은 대부분 0%대다.

시청률조사기관인 AGB닐슨이 조사한 지난 2일 방송분 종편 시청률을 보면 4개 종편사의 전체 프로그램 가운데 JTBC의 월화드라마 <빠담빠담>이 유일하게 1.782%를 기록했을 뿐, 다른 드라마와 예능프로 등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0%대다.

뉴스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더욱 민망하다. 오전 6~8시대의 아침뉴스는 0.1%, 오후 9시대는 0.3~0.5%로 “신문사에서 만드는 심층뉴스”란 말을 무색케 한다.

조선·중앙·동아일보가 매일 1면과 2면 등 주요지면을 할애해 자사 종편 프로그램과 등장인물에 대한 기사를 쏟아붓고 시청률 1%만 넘어도 대단한 일인 양 홍보를 하지만 이처럼 시청자들에게 외면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볼만한 프로가 없기 때문이다. 하루 20여개의 프로그램을 내보내는데 절반 이상이 재방송이다. 재방송으로 첫 프로그램을 시작해 마지막 방송을 재탕으로 끝내는 실정이다.

TV조선의 2일 편성표를 보면 드라마 <고봉실아줌마 구하기>를 하루에 5차례나 방영했다. 뉴스 프로그램을 빼고는 자사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윤석년 교수는 “한달 동안 지켜봐도 돋보이는 기획과 과감한 투자를 한 ‘킬러 콘텐츠’를 찾지 못했다”면서 “성의없이 만든 프로그램에 시청자의 눈길이 안 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도 “방송프로는 뉴스건 오락이건 재미로 자기 존재 증명을 해야 하는데 ‘박비어천가’나 부르고 있으니 외면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회사원 박서진씨(32)는 “장비부족 탓인지 조명과 세트가 너무 열악해 1970년대 방송이나 북한방송을 보는 느낌”이라며 “초기 자본도 엄청나게 투입했다는데 어디에 쓴 건지 궁금하다”고 했다. 또 주부 장현순씨(54·서울 반포동)는 “노희경 작가의 <빠담빠담>이나 김혜자씨의 열연이 돋보이는 <청담동살아요> 같은 드라마는 지상파에서 방영했더라면 시청률 20%는 보장될 프로인데 지상파의 화면조정시간대 시청률인 1%를 헤매는 걸 보면 부모 잘못 만나 고생하는 자식같아 안쓰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종편 관계자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윤석암 TV조선 편성실장은 지난 연말 조선일보 사보와의 인터뷰에서 “종편 전체가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이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또 채널A 관계자는 “지상파는 1년에 두번 개편하는데 우리는 매달, 아니 매일이 개편”이라면서 “매일 새로운 기획과 시도를 하느라 과로사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0%대의 시청률이면서도 종편에서는 대기업 광고주들에게 지상파의 70%에 해당하는 광고료를 요구하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종편들이 모기업인 신문을 앞세워 압박하는데 진보언론에서 이런 행태를 보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윤석년 교수는 “그동안 종편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성공을 보장한 학자들의 실명을 공개하는 ‘정책실명제’를 도입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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