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국 한달 종편, 뉴스의 편향성·선정주의 등 우려가 현실로

2012.01.03 19:37 입력 2012.01.04 01:20 수정

신문 논조 반복에 어처구니없는 방송 사고도 빈발

조선·중앙·동아일보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지난 1일로 개국 한 달을 맞았지만 뉴스 프로그램의 완성도는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적 편향성과 선정주의 등 저널리즘 원칙에 미달하는 보도 행태가 여전했고 자막 누락 등 방송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자사 신문 논조를 방송에서 되풀이할 뿐, 뉴스를 다루는 형식과 관점에서 지상파 방송 뉴스와 차별화하는 데도 실패했다.

종편 3사 뉴스의 공통점은 한나라당에 치우친 정치적 편향성이다. 특히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우호적인 태도가 두드러진다. TV조선은 지난달 30일 ‘박근혜 41.7%…안철수 47.6%’라는 제목으로 대선 후보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조선일보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은 자사 신문 논조를 반복해 정치적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조선일보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은 자사 신문 논조를 반복해 정치적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TV조선은 앵커 멘트로 “안철수 교수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지지선언 하나만으로 박원순 후보를 승리로 이끌었다. 내년 대선 때도 이런 협찬 정치가 가능할까”라고 전했다. ‘협찬 정치’는 보궐선거 당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박원순 범야권 후보를 비하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이다.

TV조선은 또 “(양자 대결에선) 안 교수가 박 위원장을 5.9%포인트 차로 앞섰다. 그러나 안 교수가 출마하지 않고 야권 후보를 지원할 경우엔 박 위원장이 모두 큰 차이로 야권 후보를 이겼다”고 보도해 박 위원장의 우세를 부각시켰다. TV조선은 또 여론조사 보도의 기본 요건인 조사 대상과 조사 기간, 조사 방법, 오차한계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JTBC는 한나라당 비대위원 중 최연소 인사인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를 집중 보도했다. JTBC는 지난달 27일 ‘한나라 비대위원 면면 보니…박근혜호 방향 보인다’에서 박 위원장이 이 대표를 발탁한 배경에 대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항마적 성격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날부터 30일까지 나흘 연속 ‘정치권에 하이킥, 이준석 현상을 말하다’ ‘이준석, 이번엔 박근혜에 한 방…감동없다 쓴소리’ 등 이 대표에 관한 뉴스를 하루 한 꼭지씩 전했다. 이는 박 위원장이 이끄는 비대위의 개혁성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일보 종편인 JTBC는 박근혜 의원이 이끄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개혁성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중앙일보 종편인 JTBC는 박근혜 의원이 이끄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개혁성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종편은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타계와 관련해서도 김 고문을 고문했던 이근안 전 경감의 근황을 동정적인 시선으로 보도하며 이념적 편향성을 드러냈다.

JTBC는 지난달 30일 ‘김근태 고문한 이근안, 지금은 단칸방 초라한 노년’ 기사에서 “이씨는 보증금 100만원짜리 단칸방에서 살고 있었다” “이씨 부인은 폐지를 모으며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선정적 보도도 계속됐다. 조중동방송 공동모니터단(민주언론시민연합·전국언론노조)에 따르면 채널A는 지난달 12일 공항철도 선로 공사 중 사고로 숨진 근무자들 소식을 전하며 피 묻은 옷을 여과 없이 방송했다. 채널A는 지난달 5일 ‘지자체 지원받은 관광호텔서 성매매’를 주요 뉴스로 다뤘고 9일엔 ‘송년회 음주 후엔 발기부전 치료제 복용 금물’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 원정윤락에 악용’ 등 자극적인 아이템을 연일 보도했다. 여성민우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채널A의 ‘A양 동영상’ 관련 보도 심의를 요청했다.

정인숙 가천대 교수는 “종편은 뉴스 가치를 판단할 때 자사 신문의 논조를 반복하고 있다”며 “편향성이 두드러질 뿐만 아니라 기존 뉴스와 콘텐츠를 차별화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호동씨의 야쿠자 연루 의혹을 보도했던 동아일보 종편 채널A는 잇단 선정적 보도로 시청자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강호동씨의 야쿠자 연루 의혹을 보도했던 동아일보 종편 채널A는 잇단 선정적 보도로 시청자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정 교수는 “종편은 유료방송이지만 방송법상 의무전송 지위를 부여받는 등 준공영방송에 가까운 법적 의무를 갖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이 공영성 있는 방송을 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자막이 아예 누락되거나 취재원의 이름과 자막이 맞지 않는 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TV조선은 지난달 14일 영화배우 장동건씨 인터뷰인 ‘마이웨이로 돌아온 장동건’에서 기자의 질문 자막을 빠뜨려 장씨가 질문도 없이 답변하는 화면을 내보냈다. 지난달 9일 이탈리아에서 취재한 ‘복지 비용 때문에…’ 기사에선 현지 기업인 인터뷰에 한글 번역 자막을 넣지 않았다.

박중석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은 “개국 한 달이 되도록 어처구니없는 방송 사고가 반복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준비가 허술했다는 것”이라며 “사고가 발생한 뒤엔 앵커가 즉각 사과하거나 양해를 구해야 하지만 종편은 사과 멘트도 거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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