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방송’ 종편, 이대로 좋은가

“허가제인 종편, 약속 지킬 의무” “재승인 과정서 냉정한 평가 필요”

2013.12.01 21:57

(5) ‘괴물’이 된 종편 어디로 - 전문가들이 보는 현재와 출구

▶출범 초기엔 종편이 드라마를 많이 기획했지만 첫 작품들이 잘 안되고 나서 지금은 기획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다. 애초의 약속과 많이 다르다. 좀 더 드라마를 쓸 수 있는 기회나 창작 여건이 나아질까 했던 기대는 없어졌다. 드라마 시청률이 1%도 안 나오면서 충격받았을 거고, 시청률 안 나오면 광고를 딸 수가 없고 수익이 나지 않으니 기획조차 생각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드라마는 JTBC에서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정도다. 작가들이 들어가서 일할 만한 틈새나 열심히 해보고 싶은 일자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종편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 종합편성채널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되는 건지. 너무 신변 잡기식 토크쇼로 하루 종일 시간을 때우지 않나.

▶재승인 심사에서 일부 종편이 떨어져도 작가들에게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다. 작가협회 정식 회원들이 일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비율이 별로 크지 않다. 종편이 여러 가지 지적을 불식시키려면 프로그램의 다양성도 갖추고 종편 스스로가 노력해야 한다. 민감한 시사 문제에 매달려서 한쪽 편만 계속 드는 방송을 하루 종일 한다면 과연 종편이 무슨 도움이 될까 싶다. 건강한 언론이 돼야 의미가 있는 게 아니겠나.

[‘괴물방송’ 종편, 이대로 좋은가]“허가제인 종편, 약속 지킬 의무” “재승인 과정서 냉정한 평가 필요”

▶종편이 당초에 약속했던 일자리 창출이 100이라고 친다면 지금 실제로 창출된 건 10~20 정도밖에 안된다고 본다. 2011년 종편들이 승인받았을 당시에는 종편과 MOU도 체결했었기에 기대도 했었지만 지금은 많이 실망했다. 횡포도 심하다. 구두로 3개월 이상 편성을 약속했다가 한 달 만에 종방하는 경우가 많았고, 투입된 제작비를 고스란히 외주제작사가 뒤집어쓰기도 했다. 종편은 처음에만 조금 하는 척하다 결국엔 제작비 아끼려고 이슈되는 것 놓고 보도국 사람 한두 명과 패널들을 앉혀놓고 하루 종일 토크나 보도프로그램만 만들고 있다. 이건 보도채널이지 종편이 아니다. 일자리나 부가가치 창출과는 거꾸로 가면서 시청률에만 목을 매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질 좋은 교양이나 다큐멘터리 편성은 외면하고 있다.

▶종편에서 현재 만들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국민 정서에도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 재승인 때는 처음에 약속했던 사업계획서를 잣대로 해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도 주시할 것이다. 외주제작 방송프로그램 편성 비율도 지키지 않는 상황이다. 승인 때 약속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았다면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

▶종편은 등록제가 아니라 허가제다. 승인받을 때의 조건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승인 당시 대주주 변경 등 문제가 있었음에도 이미 끝났다는 태도로 관철시켰다. 사업계획서를 성실하게 이행했는지,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했는지, 재정 경영성을 갖고 있는지, 종편답게 편성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모두 부정적이다. 공정성·선정성 문제는 방송통신심의위 같이 정권에 우호적인 기관조차 징계하지 않았나. 종편 한 개도 존재하기 어려운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고 본다. 몇 개를 남길 거냐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종편이 알아서 살아남도록 놔두라는 시장주의자들의 논리는 종편 때문에 전체 시장이 받게 될 문제에 무심하거나 의도적으로 간과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종편의 이전투구에 지상파까지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통위가 공정하게 재승인 심사위원을 구성하고, 끝나면 그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종편과 조금이라도 관련 있을 사람이나 어느 한쪽의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이 들어가선 안되고, 방송전문가들이 더 많이 들어가야 한다. 방통위가 심사위원들의 독자적, 자율적 결정에 개입해선 안된다.

▶현재는 방통위를 포함한 정부의 정책 실패와 종편 4개사의 시장 진입 실패가 맞물려 있다. 방송 트렌드에서도 벗어나 있다. 종편이 제시했던 글로벌 미디어그룹 계획은 1990년대 중반에나 가능한 포맷(형태)이다. 신문·방송으로 양분된 상황에서는 종합 방송사를 지향해 글로벌 미디어그룹을 한다는 게 가능하겠지만 그간 미디어 분야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나. 세계적 미디어기업은 이용자의 편의성이 있어야 하는데, TV라는 수단을 통해 하는 건 예전 방식이다. 이런 사업계획서가 정치적으로 유지돼오면서 실현된 것 같다.

▶결국 재승인 절차로 해결하겠다는 것인데 무의미하다고 본다. 이런 발상이 궁극적으로 보면 미디어 생태계를 오히려 건강치 못하게 한다. 시장에 맡겨두자는 것이다. 공공성은 중요한 가치지만 종편에만 공공성을 얘기할 수 있나. 신문사도 정파적 입장을 가지고 있고, 공중파도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더한 부분도 있다. 미디어 생태계에서 공공성을 논하는 것보다는 시장에 맡기는 게 낫다. 특혜 주는 것을 포함해서 정부가 미디어정책에 개입을 하는 시대도 지난 것 같다. 정부는 국민 재원으로 하는 공공재만 제대로 하면 될 것 같다.

▶종편이 4개의 각기 다른 채널로 시작했지만 결국은 다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게 여성단체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JTBC를 좋게 평가하는 사람도 나오고 있지만, JTBC가 뉴스 공정성을 강조하거나 예능 강화 등의 모습을 보인 것은 재승인을 앞둔 최근의 모습이다. 종편은 한 채널 안에서 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산되지 못했다. 결국 단 하나의 여론만을 형성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고, 종편이라는 하나의 큰 채널에서 아침에 한 얘기를 저녁에 또 하는 격이어서 ‘여론 다양성’ 문제는 굉장히 실패했다고 본다. 고부 갈등이나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들의 가치관 차이를 얘기하면서 오히려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면도 있었다. 방송의 기능이 올바른 여론 형성과 세대 간의 통합 같은 것들인데, 종편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재승인에 관해서는 지난 2년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 즉 승인받기 위해서 했던 약속을 어떻게 이행했는지를 80%,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20%로 해야 한다고 본다. 과거에도 승인만 해주면 잘할 것처럼 많은 약속을 해왔잖나. 앞으로 종편의 약속을 무엇을 담보로 믿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했던 약속들에 대해 엄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종편은 그동안 방송에서 할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무너뜨렸다. 내용 부분에서는 막말이나 역사왜곡 등 지나친 선정성이, 규제 부분에서는 종편 승인이 총체적 부실이었다는 것이 지적돼왔다. 종편에 특혜가 부여됐고, 그 특혜가 규제를 어지럽혔다. 방송 전체를 햐향 평준화시켜 방송 저널리즘의 역할도 상실하고 있다. 공론장이 완전히 붕괴돼버린 것이다.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책임감을 갖고 해결해야 한다고 여러차례 얘기했지만 잘 안되고 있다. 종편이 정치적 의도 속에서 출발했지만 계속 정치적 의도가 종편을 뒷받침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분명 출구전략이 나와야 한다. 결국 방통위가 재승인 과정에서 냉정하게 평가를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종편을 정리하는 게 방송서비스 차원에서 낫다. 특히 방송법 위반까지 문제제기된 채널A는 승인 취소 등의 적절한 조치들이 나와야 한다. JTBC가 나머지 3개 종편과 차별화하려는 생존전략을 짜는 부분은 종편 전체에 대해 총론적으로만 접근하기 어렵도록 하는 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규제적 접근을 통해 바른 방향을 잡아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보수언론만 종편을 가지게 돼 언론지형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종편이 완전히 보수이념을 선전하는 방송이 됐다. 몇 개의 종편이 적절하냐보다 하나의 종편이 있더라도 이념편향적이면 안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지금은 4개나 있다. 이 종편들이 하는 얘기에 대해 반박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진보 쪽은 힘이 없으니까 당하고만 있다. 과연 지금의 언론정책이 민주적인지 의문이다. 근래 종편이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을 초청해서 대담했다고 중징계를 한다는 방통심의위원회가 지난해 선거 때부터 종편이 편파적인 방송을 계속해온 것에 대해선 한 번이라도 지적을 했는가.

▶언론정책에 관한 한 민주주의로 가야 한다는 것을 강제해야 한다. 프로그램을 심사하는 방통심의위나 재승인을 심사하는 방송통신위원회 구성을 여당 추천 3 대 야당 추천 2로 해놓으면 법을 이용한 편파성만 증명하는 셈이 된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공영방송 방송위원회의 구성을 여야 동수로 해야 한다고 했다. 여당 추천 위원이 더 많은 구조는 ‘법을 통한 탈법’을 조장하고 민의를 왜곡시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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