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3일’ 맞이하는 KBS 사태

2014.05.26 21:34 입력 2014.05.26 22:23 수정
이범준 기자

임시이사회, 길 사장 해임안 상정 “28일까지 매듭”

두 노조도 침묵시위·총파업 투표 등 행동 이어가

KBS 이사들이 26일 길환영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논의하기 시작해 28일 정기이사회에서 매듭짓기로 했다. 노조는 28일 이사회가 해임하지 않으면 즉각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며 집단행동에 들어가 지난 9일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보도 외압’ 폭로로 시작된 KBS 사태와 길 사장 모두 ‘운명의 3일’을 맞고 있다.

KBS 이사들은 이날 오후 4시 임시이사회를 열고 야당 추천 이사 4명이 제기한 길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상정했다. 회의에서 여당 측 추천 이사 6명과 야당 측 추천 이사들은 길 사장의 보도국 독립성 훼손 행위와 청와대의 인사 개입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여당 측 한진만 이사는 불참했다. 길 사장은 서면의견서를 통해 “월드컵·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방송이 빨리 정상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들은 28일 정기이사회에서 길 사장 해임제청안을 표결키로 해 정치적 부담이 커진 여당 쪽 이사들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기자·PD 중심의 전국언론노조 KBS본부(2노조)는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전국조합원총회를 연 뒤 임시이사회장 주변에서 길 사장의 해임을 압박하는 침묵시위를 벌였다. 앞서 21~23일 실시된 2노조의 파업 찬반투표에서는 94.3%가 찬성하고 28일 정기이사회 직후 파업 돌입 여부를 노조 비대위에 위임했다. 경영·기술직 중심의 KBS노동조합(1노조)은 27일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마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가결이 유력하며, 총파업 시기는 2노조와 같은 28일이나 29일이 유력하다.

지난 19일 기자협회의 제작거부 이후 <KBS 뉴스9>는 20분으로 축소방송되고 오후 11시30분 <KBS 뉴스라인>은 결방되고 있다. 23일에는 스포츠국 부장급 간부 5명이 보직을 사퇴해 브라질월드컵 중계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KBS 두 노조와 직능단체, 간부들이 이렇게 대규모로 공동행동을 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 KBS 관계자는 “PD협회 등이 참여하는 총파업이 2주 이상 계속될 경우 뉴스 외에 드라마와 예능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KBS 사측은 ‘경영진 일동’ 이름으로 26일자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6개 신문에 광고를 내고 “길환영 사장은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발언이 왜곡·과장된 것으로 ‘청와대 외압설’과 ‘보도의 독립성 침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사내외에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앞서 사측이 23일 오후 5시까지 내린 업무복귀 명령은 직원들의 거부로 무산되고, 보직 사퇴 간부들이 늘어나면서 길 사장과 KBS 구성원 간 대치는 격화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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