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 앞두고 교통범칙 무차별 단속

2000.10.01 18:55

경찰이 오는 19일부터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앞두고 ‘천체망원경’까지 동원, 대대적인 교통법규 위반 단속에 나서면서 경찰과 운전자들 사이에 ‘실랑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행사를 치르기 위해서는 교통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경찰에 맞서 운전자들은 단속이 건수 위주로 이뤄지는 데다 경미한 법규위반에까지 범칙금을 물린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강화된 법규위반 단속=경찰은 지난달 16일부터 교통법규 위반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다.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과속 회전 등 사고 유발 가능성이 높은 위반사항은 물론 안전벨트 미착용 등 경미한 것까지 모든 항목이 집중 단속의 대상이다. 이에 따라 서울 시내 경찰서들의 교통위반 단속 건수는 지난 8월에 비해 보통 3배 가량씩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의 교통법규 단속실적은 지난 8월 8만9천6백70건에서 단속이 강화된 지난달에는 26일 현재까지만 해도 19만6천4백80건으로 배 이상 늘었다. 하루 평균 단속 건수는 8월에 2,893건이던 것이 9월에는 7,553건으로 2.6배에 이르렀다.

특히 동부경찰서는 지난 8월 한달 동안 2,700여건이던 단속 건수가 9월에는 2만7천여건으로 10배나 늘었다. 동부서는 상습정체 지역인 청담대교 및 영동대교 북단의 끼여들기 차량을 적발하기 위해 ‘천체망원경’까지 동원하고 있다. 영등포경찰서도 지난달초 1주일에 350여건 정도이던 단속 실적이 단속강화 이후 1,500여건으로 4배 가까이 늘었고 강남경찰서도 하루 단속 건수가 750여건으로 전에 비해 100이상 늘었다.

경찰의 단속은 1일부터는 사복경찰관에게 위반차량 신고엽서를 지급하고 교통의경의 단속권도 부활되기 때문에 갈수록 강화될 전망이다.

◇운전자 불만=경찰청은 단속을 강화하더라도 단속 건수를 할당하지 않고 경미한 위반행위에는 지도장만 발부하겠다고 했으나 현장에서는 이같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운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회사원 윤모씨(46)는 지난달 29일 오전 2시30분쯤 친척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 가던 도중 잠실대교 남단에서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적발돼 범칙금 스티커를 받았다. 윤씨는 “새벽에 병원에 가는 사람이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고 스티커까지 발부하느냐”고 항의했으나 “위에서 단속 건수를 할당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경찰관의 말에 불만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주부 윤모씨(42·강동구 천호동)는 지난 28일 오후 강동구 현대백화점 천호점 주차장에 들어가기 위해 백화점 앞길에서 U턴을 하다 단속돼 범칙금 6만원짜리 스티커를 발부받았다. 윤씨는 “백화점 앞길이 혼잡해 평소에도 U턴하는 차량이 많았다”면서 “전에는 지도장만 발부했는데 이번에는 범칙금을 물렸다”고 말했다.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 대표는 “단속 강화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지만 교통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거나 도로사정이 나쁜 곳 등에서는 단속보다는 계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석·권재현·임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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