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젊음, 고이 가소서…”

2002.07.01 19:08

“꽃다운 20대 꿈을 채 피우기도 전에 꽃잎이 찢기어 파도 위에 뿌려졌으니 애통함 그칠 길이 없습니다. 그대들은 ‘삶보다 영광스런 죽음’으로 조국을 지켰습니다. 미처 펴보지 못한 꿈들은 하늘나라에서 마음껏 이루시기 바랍니다”

서해교전에서 전사한 해군 참수리 357호정 정장 고(故) 윤영하 소령과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의 합동영결식이 1일 오전 9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통합병원 체육관에서 1,000여명의 각계 인사와 유족, 장병들의 오열 속에 해군장으로 엄수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유가족 100여명과 전두환 전 대통령, 손학규 경기지사, 장정길 해군참모총장과 해군 주요지휘관·친지·동료·선후배 등이 참석,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고인들의 넋을 위로했다.

오전 9시24분 군악대의 조악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윤소령을 선두로 운구 행렬이 체육관으로 들어서는 순간 애써 울음을 참던 유족들이 억눌렸던 눈물을 토해내 장내는 순식간에 울음바다로 변했다.

백일이 갓 지난 딸 시은이와 함께 참석한 조중사의 부인 강정순씨(25)는 “당신을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며 영정을 부여잡고 오열했다. 특히 유족들은 영결식 후 거행된 화장(火葬)의식 때도 화장로로 옮겨지는 운구를 부여잡고 통곡,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영결식은 조악, 고인에 대한 경례, 약력보고, 조사, 추도사, 종교의식, 헌화, 조총, 묵념순으로 진행됐다.

장총장은 조사에서 “그대들은 진정한 군인으로서 천만마디 말로도 형언할 수 없는 살신보국(殺身保國)의 충성심과 멸사봉공(滅私奉公)의 희생정신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떠났습니다. 그대들이 흘린 피가 정녕 헛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애도했다.

나머지 순국장병 3명의 동기생들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당신의 모습을 이젠 볼 수 없게돼 가슴 아픕니다” “운명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나 가혹합니다” “당신이 못다 이룬 꽃봉오리를 피워 나가겠습니다”라고 추모했다.

1시간20분간의 영결식을 마친 뒤 순국장병들의 유해는 성남시립화장장으로 옮겨져 화장된 뒤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성남/한동훈 dongh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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