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후손도 족보에 올린다’

2002.11.15 18:51

전주이씨 최대계파로 생존 후손만 60만명에 이르는 효령대군파가 여자 후손들도 족보에 이름을 올려주기로 해 화제가 되고 있다.

남녀평등 의식이 보편화되면서 여자 후손도 족보에 올리는 사례가 최근 확산되고 있지만 효령대군파가 보수적 문중이라는 점에서 다른 문중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효령대군파 종친회 족보편찬위원회는 15일 “딸만 낳고 단산을 하는 후손들이 크게 느는 등 이제는 사회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이번에 새로 족보를 만들면서 여자 후손들도 희망자는 이름을 넣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그러나 “이번 족보 등재가 종중 재산 등에서 여성의 권리까지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출가외인으로 배척했던 여자 후손들에게 소속감을 불어넣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여성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이구경숙 정책부장은 “늦은 감이 있지만 여권신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러나 사회적으로 공문서인 호적 등에서 호주제가 잔존해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정법률상담소 관계자는 “여성을 가족원으로 인정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단순히 족보에 올려주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종중 재산 등에 대한 여성의 권리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림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종중 일에서 여성을 배제함으로써 여자 후손들의 재산분배 요구 등 반발이 적지 않았던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효령대군파의 결정은 여자 후손들의 소속감을 높여줘 문중의 명예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효령대군은 조선 3대왕인 태종의 둘째아들이며 효령대군파는 조선왕실 후손인 전주이씨 80개파 가운데 최대 계파를 형성하고 있다.

〈오창민기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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