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명·정재현부부 “이젠 혼인신고 해야죠”

2005.03.01 10:41

“너무너무 좋아요. 새 신분등록제가 시행되자마자 혼인신고해야죠.”

홍지명씨(33·한국여성민우회 상근활동가)는 호주제 폐지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남편 정재현씨(32·경제학과 박사과정중)에게 기쁨의 문자메시지를 날렸다.

이들은 2000년 12월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지만 아직 법적으론 각각 미혼이다. 호주제가 폐지될 때까지 혼인신고를 미루었으니 사실혼관계일 뿐이다.

“호주제에 대해 잘 알고 있던 것도 아니고 평등의식이 투철해서 혼인신고를 미룬 것도 아니에요. 결혼후 남편과 함께 전입신고와 혼인신고하러 동사무소에 갔는데 제가 시아버지 호적으로 옮겨야 하더라고요. 그순간 정말 ‘얹혀사는구나’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고 ‘여자라는 게 뭔가’ 심각하게 생각하게 됐죠. 결혼전 매스컴을 통해서 한부모 가족들이 호주제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게 바로 제 문제일 줄은 몰랐어요.”

홍씨는 동사무소에서 호주제가 폐지될 때까지 혼인신고를 미루자는 말을 꺼냈고 남편도 순순히 동의했다. 그동안 아이가 생겼으면 갈등했겠지만 아직 아이가 없어 그리 큰 불편함은 없다.

오히려 실질적인 문제보다는 ‘우린 결혼했고 누구보다 평등한 부부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법적인 인정을 못 받는다’는 생각에 정신적으로 불안한 적이 있었다. 양가 부모께는 ‘혼인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 어른들이 받을 충격과 불호령을 생각해서 어쩔 수 없었다.

“주변에서 결혼자금 대출이나 가족수당 등의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남편 이름으로 호적을 옮기며 갈등하는 경우를 적잖이 봤어요. 물론 미혼모나 재혼가족 등 실질적인 문제로 힘들었던 분들도 많았지만 저희처럼 평범한 부부들에게도 법적 남성우위가 없어진 사실은 실생활이나 정신적인 면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부부의 진정한 자리를 찾아 기쁘다고 했다.

〈송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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