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국제결혼 잇단 매스 왜?

2006.05.25 18:11

베트남 정부가 자국 여성들의 국제결혼 행태에 잇따라 칼을 들이대고 있다. 자국 여성을 상대로 한 외국 결혼정보업체가 난립, ‘베트남 여성 상품화’와 ‘인권침해’ 문제가 강하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국제결혼 잇단 매스 왜?

호찌민시에서 발간되는 신문 탱니엔은 25일 “호찌민시 법무국이 한국, 대만 등 외국 남성들과 베트남 여성들의 무질서한 국제결혼을 정상화하기 위해 혼인신고시 부부 동반 서약을 의무화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도대체 어떻게 했기에 베트남 정부까지 나서게 됐느냐”며 비판론과 함께 규제책이 논의되고 있다.

◇실상이 어떻기에=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95명에 그친 베트남 신부는 2005년 5,822명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도에 비해 무려 136.5%의 신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국제결혼 가운데 18.7%로 중국 여성(조선족)에 이어 2번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국내의 베트남 결혼 알선업체는 1,500여개로 추산된다. 사업자 신고만 내면 누구든지 설립해 운영할 수 있다.

베트남 국제결혼은 ‘초고속’으로 이뤄진다. 대다수 중개업체가 주관하는 결혼은 5박6일 일정으로 치러진다. 첫날 베트남에 도착한 남성은 2일째 4시간 맞선으로 신부를 선택하고 부모와 상견례를 가진다. 이 과정에서 적게는 4명, 많게는 10명이 넘는 여성을 남성이 고르는 형식을 취해 ‘여성 상품화’와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선택된 신부는 3일째 에이즈와 정신과 검사를 받고 4일째는 현지 결혼식을 치른다.

이 과정에서 남성이 건네는 수속비는 8백만~1천만원이다. 하지만 실제로 신부측에 건네지는 돈은 처갓집 하례금 30만~4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체가 난립하면서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 영세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영업을 펼쳐 베트남 여성 비하와 같은 물의를 심심치 않게 빚어내기도 한다. 이와 함께 대다수 업체가 여성들이 이주한 뒤 생활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 사기결혼 발생이나 여성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생겨도 수수방관하는 입장이다.

베트남, 국제결혼 잇단 매스 왜?

열린우리당 소속 김춘진 의원을 비롯한 여야의원 16명이 무분별한 국제결혼 허위·과장광고 난립을 규제하고 일부 결혼 브로커들의 불법·탈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결혼정보업에 허가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대사관 관계자는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의 혼인 비중이 높아가는 만큼 한국 정부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왜 강화하나=베트남의 국제결혼 규제는 최근 한국 언론들이 베트남 여성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국제결혼 관행을 잇따라 보도하면서 베트남 국민들의 여론이 악화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 언론은 한국 남성이 베트남 현지 결혼과정에서 신부감 여러명을 마음에 들 때까지 고르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베트남 여성 상품화’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베트남 국민 정서를 악화시켰다. 이와 함께 전국적으로 무분별하게 퍼져있는 ‘베트남 결혼’ 광고 현수막의 글귀가 베트남 여성의 인권을 유린할 만큼 자극적인 점도 베트남 정부를 자극했다.

앞서 베트남은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간 비도덕적인 절차로 이뤄지는 국제결혼 문제로 여성단체가 한국 정부에 강력 항의하는 등 물의를 빚자, 국제결혼 단속에 나선 바 있다.

◇어떻게 강화하나=주한 베트남 대사관에 따르면 베트남의 혼인신고는 현재도 법적으로 부부가 동반해 법정에 선 뒤 함께 서약을 해야 결혼이 인정된다. 다만 한국이나 대만 남성과 이뤄지는 국제결혼의 경우 남성이 먼저 귀국을 하면 신부가 필요한 서류를 가지고 공증사무소에 가서 신고만 하면 가능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앞으로 반드시 양국 신랑·신부가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함께 법원이나 관계 당국에 출석해 신고토록 명시한 것이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국내 외국인 정책과 관련, “점차 우리 이민법을 완화해 한국에 와서 오래 노동하고, 어울려 지낼 수 있도록 이민정책을 새로 다듬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외국인 정책 회의’를 주재하고 외국인 정책 기본방향과 추진 체계 및 관련 기본법의 제정방향과 관련 정책집행을 위한 총괄기구 설치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오승주·황인찬기자 fai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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